박근혜 前대통령 직무정지기간 사용된 특수활동비 35억 용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비서실 직원들 매달 수당처럼 받아
과거 정부서도 관행처럼 지급… 사실상 고정소득이지만 세금 안내
문재인 정부 들어 사라져 실질월급 줄어… 靑, 지급기준 마련… 증빙자료 의무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에 청와대에서 사용한 35억 원의 특수활동비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에게 대부분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직원들에게 사실상 월급처럼 지급한 것인데, 이런 관행은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부터 지속돼 온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 활동에 사용해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특수활동비 집행 의혹에 대해 “박 전 대통령만 직무정지 상태였을 뿐 청와대 관계자들은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휘를 받아 일했다”며 “청와대 직원들이 (35억 원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5일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지출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전 올해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예산 162억 원 가운데 35억 원이 사용됐다고 밝히면서 이 돈을 누가 사용했느냐를 놓고 논란이 불거졌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데다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던 황 전 국무총리 측도 청와대 특별 활동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특별활동비가 청와대 외부로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감사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 취임 전 사용된 특별활동비는 대부분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에게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에서 청와대 특별활동비 예산을 관행처럼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에게 수당처럼 지급한 만큼 올해 5월까지 사용된 예산은 대부분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직원들에게 나눠 줬을 것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 등은 사후 증빙을 제출하지 않아 어디에 쓰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당시 직원들에게 매달 지급된 돈을 점검해보니 월급 외에 직급별로 일정 금액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청와대 직원들에게 수당처럼 지급된 특별활동비와 특정업무경비는 월 50만∼250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령자는 청소부 등 하위 기능직부터 대통령비서실장 등 고위직까지 청와대 직원 대부분이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말 기준으로 대통령비서실 정원이 443명, 국가안보실 직원이 22명으로 465명이어서, 이들에게 매달 지급된 특수활동비 등의 예산만 20억∼30억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와대 직원들이 특수활동비를 매달 월급처럼 고정적으로 지급받았을 경우 소득으로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특수활동비는 업무에 사용되는 경비로 분류돼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세무당국이 나서서 세금을 물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지시로 특별활동비 투명성 개선 대책을 마련하면서 이달부터 직원들에게 수당처럼 지급되던 특수활동비 지출 관행을 없앴다. 실제로 25일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지급된 청와대 직원들의 월급 명세에서는 매달 정기적으로 나오던 특수활동비가 사라졌다. 청와대 한 직원은 “실질 월급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일부 불만도 나오지만 대통령이 가족 식사 비용 등을 월급에서 공제하겠다고 앞장선 만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청와대는 앞으로 기밀, 조사 업무 등 세 가지로 분류해 직원 개인이 아닌 부서 단위로 신청하도록 특수활동비 신청 및 지급 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뒤에는 증빙 자료를 내도록 해 목적에 맞지 않게 지출된 경우에는 돈을 모두 회수할 방침이다. 국가안보나 외교 등 기밀 업무에 대해서도 누굴 만나 얼마를 지출했다는 상세 내용은 받지 않더라도 사전에 지출 목적을 밝히고 투명하게 집행했는지 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정부#대통령#특수활동비#비서실#관례#박근혜#직무정지기간#35억#용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