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유화 제스처에도 ‘마이웨이’ 고집… 南의 새 외교안보라인 기선제압 노림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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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21일 오후 중거리미사일 발사
2월 12일 쏜 KN-15 또 쏴 연속성공… 정의용 안보실장 8분뒤 문재인 대통령에 보고

북한이 21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은 미국 정부의 유화 제스처에 끌려가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구성된 새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떠보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날 사거리 2500∼3000km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KN-15(북한명 ‘북극성-2형’) 발사를 선택한 것은 의외의 카드였다. 당초 군 당국은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선다면 14일 발사해 미국 알래스카 타격 능력을 과시한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KN-17(북한명 ‘화성-12형’·사거리 5000km)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안정적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대내외에 보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북한은 2월 12일 발사에 성공한 KN-15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KN-15는 고체엔진이 적용된 첫 IRBM이다. 21일 발사된 미사일의 사거리는 약 500km, 최대고도 560km로 2월 첫 시험 발사에서 기록한 사거리(약 500km) 및 최대고도(550여 km)와 기록 면에서는 쌍둥이 수준이다. KN-15 엔진의 성능과 미사일로서의 신뢰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KN-17 발사 성공으로 신형 대출력 액체엔진을 확보한 데 이어 KN-15에 적용된 고체엔진의 안정성까지 보여줬다”며 “고체엔진이든 액체엔진이든 자유자재로 선택해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위대한 승리’, ‘민족의 대경사’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한 KN-17을 섣불리 재발사했다가 실패할 경우 국제적 망신을 살 것을 우려해 성공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KN-15를 택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또 올해 7번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오전 시간대에 감행해온 북한은 이날 8번째 도발을 이례적으로 오후 4시 59분에 감행했다. 이는 이날 오전 청와대가 청와대 및 내각의 신임 외교안보 진용을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선에서 미사일 기술 역량을 최대한 보여줄 수 있는 도발 카드를 새 외교안보 진용에 대한 기선제압용으로 뽑아들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도발 의도에 대해 “국제사회의 미사일 개발 포기 압박과 무관하게 자체 미사일 개발 로드맵에 의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부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근 “정권교체도 하지 않고 침략도 없고, 체제를 보장하겠다”고 했던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시험 발사 도발은 실망스럽고 (동북아 역내 안정을) 저해하고 있다”며 “미사일 도발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외교적 압박을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8분 뒤인 오후 5시 7분경 정의용 신임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최초 보고를 받았다. 22일 하루 휴가를 낸 문 대통령은 이날 낮부터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무르고 있던 중 최초 보고를 받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 즉각 소집을 지시했다. 오후 6시에 소집된 NSC 상임위는 정 실장 주재로 27분가량 진행됐다. 14일 ‘KN-17’ 도발 당시에는 새 정부의 국가안보실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아 김관진 당시 안보실장이 NSC 상임위를 개최했고, 문 대통령이 20분가량 직접 회의를 주재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한상준 기자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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