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실장에 軍아닌 통상전문가… 외교로 북핵 풀겠다는 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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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외교안보팀 인선]정의용 前대사 靑안보실장 임명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장하성 정책실장(가운데) 등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장하성 정책실장(가운데) 등 청와대 참모진 및 내각 인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 등에 대한 인선을 통해 안보실을 중심으로 국방뿐만 아니라 외교·통상, 남북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외교안보 라인 핵심 인사들이 북핵 문제 등을 다룬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안보실 1차장과 외교부 차관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문 대통령, 외교관 출신 안보실장 고수

문 대통령은 이날 안보실장에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71)을 기용한 배경에 대해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의 틀에서만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안보와 외교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북핵,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자유무역협정(FTA) 등 안보·외교·경제가 얽힌 숙제를 풀려면 국가안보실장에게 필요한 덕목은 확고한 안보정신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국가안보실장을 가장 먼저 임명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인선이 지연되자 외교관 출신과 군 출신이 경합을 벌이는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안보실을 강화해 국방과 외교를 합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군 출신으로 할지, 외교관 출신으로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취임 나흘 만인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도발을 감행하자 국방 군사 분야에 정통한 인사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외교관 출신을 발탁해 안보실이 외교, 국방, 통일을 포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안보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며칠 전에 (안보실장 내정) 통보를 받았다”면서 “무엇보다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북핵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당장 복원하지는 못하겠지만 (남북 간) 대화가 단절된 것은 상당히 부자연스럽다”며 “주변 여건이 다 돼 있지 않아 차근차근 하겠지만 군 연락통신망은 빨리 복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보실 1차장 등 나머지 인선에 시선 쏠려

정 안보실장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주제네바 대사, 국제노동기구(ILO) 의장 등을 지낸 통상 전문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는 주로 다자외교와 유엔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정 안보실장과 강 후보자가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안보실 1차장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 외교부 차관 인선에 관심이 높다. 안보전략, 국방개혁, 평화군비통제를 소관 업무로 하는 안보실 1차장은 군과 남북관계를 총괄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양자외교와 외교부 살림을 맡은 외교부 1차관에게도 힘이 실릴 수 있다. 정 안보실장은 “안보 상황이 엄중하기 때문에 국방개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려면 군의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분이 국가안보실에 합류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미국 특사로 파견됐던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과 안보실장 후보군에 올라 있던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를 임명한 것도 눈길을 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다자외교에 비해 한미, 한중 관계 등 양자외교에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강 후보자를 특보 임명을 통해 보완하려는 의중도 깔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보실장과 외교부 장관이 모두 외교부 출신으로 임명되자 외교부는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당초 군이나 학계 출신 안보실장, 비외교관 출신 외교부 장관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강도 높은 외교부 개혁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외교부 직원들은 여성으로서는 첫 번째이자 첫 다자외교관 출신, 비외무고시 출신인 강 후보자가 외교부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방부 일각에선 군이 아닌 외교관 출신이 안보실장을 맡은 것에 대해 내심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경임 woohaha@donga.com·문병기·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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