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安 적폐 논쟁, 또 다른 ‘5년 內戰’ 예고하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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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첫 TV토론은 동시간대 드라마보다 높은 10%대 시청률이 나올 만큼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을 모았다. 특히 지지도 1, 2위를 다투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적폐’ 논쟁은 5·9 대선, 그리고 새 정부가 들어선 뒤의 우리 사회를 예견케 하는 장면으로 남을 듯하다.

적폐 논란은 “안 후보가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는 문 후보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친박(친박근혜)계 김진태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과 극우보수 논객 조갑제 씨가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친박 의원은 안 후보 지지를 언급한 적이 없다. 김 의원은 어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문 후보를 고소하겠다고 반발했다. 조 씨가 “최악이 문 후보라면 차악(次惡)은 안 후보”라고 말한 것을 지지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문 후보가 안 후보를 ‘적폐세력의 대표선수’로 모는 것은 전형적인 ‘낙인찍기’다.

TV토론에서 안 후보가 “나를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다고 비판했는데 그건 국민에 대한 모독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에 문 후보가 “국민이 무슨 죄가 있나. 국민을 적폐세력이라 하는 거야말로 국민을 모욕한 것”이라고 맞받은 것은 동문서답이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론’에 대해 “어떻게 적폐세력과 연정을 논할 수 있느냐”고 몰아붙인 문 후보다. ‘적폐 청산’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를 거라면 적어도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은 말아야 한다.

선거는 흔히 ‘프레임 전쟁’이라고 한다. 프레임 전략의 가장 쉬운 방법은 이분법적 편 가르기다. 이런 식이라면 ‘대선 이후’가 더 문제다. 어제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오차 범위 안에서 1, 2위를 달리며 양강(兩强)구도를 더욱 강화했다.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박빙의 승리를 거두는 ‘51 대 49’ 승부가 될 공산이 크다. 누가 이기든 적폐세력으로 매도당한 패자나 적폐세력에 정권을 빼앗긴 패자가 쉽사리 승복할 리 없다. 5월 9일 이후 나라가 둘로 쪼개져 또 다른 ‘5년 내전’에 돌입하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섬뜩해진다.
#문재인#안철수#적폐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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