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비겼던 남북 여자축구 대결… 나흘뒤 황금시간대 방송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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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북한이 TV를 통해 남북 여자 축구 경기를 방송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외교위원회를 부활시킨 것과 맞물려 북한이 대내외에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8시 19분부터 약 1시간 동안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아시안컵 예선 남북 경기를 녹화 방송했다. 방송 직전 열린 한국 대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한국이 4-0으로 승리해 결과적으로 북한은 내년 아시안컵 본선은 물론이고 2019년 프랑스 월드컵 진출까지 좌절됐다.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바로 남북 대결에서 1-1로 비겼기 때문이다.

여자 축구 강국을 자처하는 북한으로선 숨기고 싶은 통한의 경기이자 월드컵 무대에서 사라질 여자 축구대표팀의 마지막 경기를 전 국민에게 방영한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북한에서 여자 축구의 인기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북측이 이 경기를 굳이 주민들에게 방송한 것은 “이만큼 잘 싸웠는데도 월드컵에 못 나가게 됐다”는 점을 알리려는 의도이거나, “앞으로 남북 스포츠 경기가 계속 열릴 것”이란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 또 대내외에 “우리가 과거처럼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과시하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초 8시 보도(뉴스)를 통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최고인민회의 13기 5차 회의 결과는 축구 경기에 이어 영화 한 편을 방영한 뒤인 오후 11시경부터 약 20분 동안 방송됐다. 경제발전 전략, 예산 결산, 법령총화 등 연례적인 안건을 제외하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가 19년 만에 부활된 것이다. 외교위원회는 김정일 시대 초기인 1998년에 폐지됐다. 외교위원회를 재건한 것은 북한이 앞으로 외교에 역점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교위원회 위원장에 이수용 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 위원으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이선권 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대외경제상 출신인 이용남 내각 부총리 등 중량급 인사들을 선출했다. 북한 외교는 그동안 대남 협상, 대미 외교, 대외 경협, 민간 외교 등 분야별로 독자적인 창구를 통해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각 분야 책임자를 한데 모아 의견을 조율한 뒤 대외 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남북#여자축구#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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