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文 52% 安 38%, TK 安 38% 文 15%… 사라진 ‘텃밭몰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安 상승에 요동치는 대선 판세


원내 5개 정당의 대선 후보가 모두 확정된 첫 주, 대선 지형은 요동쳤다. 예상을 뛰어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상승세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맞붙는 양자 구도에선 오차범위를 넘어 안 후보가 이기는 수치가 속속 나왔다. 다자 구도에서도 문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바짝 추격 중이다. ‘5·9 장미대선’을 31일 앞두고 누구도 ‘장밋빛 예측’을 하기 힘든 살얼음 승부에 들어갔다.

○ 안철수의 확장은 현재진행형?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안 후보의 상승세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안 후보의 지지율은 35%로 지난주보다 무려 12%포인트가 뛰어올랐다. 문 후보는 지난주보다 7%포인트 오른 38%로 오차범위(±3.1%포인트) 내 선두를 유지했다.

안 후보를 띄운 건 보수층이다. 스스로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의 42%가 안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보수층이 안 후보에게 더 쏠리느냐가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인 셈이다. 특히 ‘태극기파’가 사표(死票) 방지 차원에서 안 후보를 선택할지도 관심이다. 6일 보도된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대 안철수’ 양자 구도 시 자유한국당 지지자의 72.3%가, 바른정당 지지자의 70.8%가 안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확장성은 ‘현재진행형’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안 후보의 호감도는 58%로 문 후보(48%)를 10%포인트 앞섰다. 4일 JTBC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선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 중 20.7%가 안 후보에게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문 후보에게 호감을 느낀다는 비율은 3.2%였다.

○ 박스권에 갇힌 문재인

문 후보 위기론의 핵심은 여러 정치적 상황 변화에도 지지율이 30%대에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난달 둘째 주 한국갤럽의 문 후보 지지율은 32%였다.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40%를 넘지 못해 의미 있는 컨벤션 효과를 얻지 못했다. 당내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의 지난주 지지율 합이 22%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소 15%가 문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로 달아나버린 셈이다.

‘문 후보 지지층은 단단하다’는 정치권의 평가도 재고(再考)할 여지가 생겼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현재 지지 후보를 앞으로도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률은 한국당 홍준표 후보 59%, 안 후보 58%, 문 후보 55% 순이었다. 다만 6일 보도된 서울신문 여론조사 결과 당선 가능성은 문 후보가 62.1%로 안 후보(24.0%)를 크게 앞섰다. 보수층에서도 문 후보 당선 가능성(44.2%)을 안 후보(34.3%)보다 높게 봤다. 안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안 후보 지지층이 막판에 투표를 포기할 가능성도 있다. 충성도가 약하다는 뜻이다.

○ 12% 제로섬 게임 벌이는 洪-劉

최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 합은 11∼13%가량이다. 홍 후보가 오르면 유 후보가 떨어지고, 유 후보가 오르면 홍 후보가 떨어지는 제로섬 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국갤럽의 비호감도 조사에서 홍 후보(77%)와 유 후보(58%)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해 표의 확장성도 낙관하기 어렵다.

두 후보가 10% 초반대에서 계속 ‘제 살 깎아먹기’에 나서면 안 후보가 유리할 수 있다. 이길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보수층이 더 급속히 안 후보에게 쏠릴 수 있어서다. 반면 보수 후보가 한 명으로 정리되면 보수층이 재결집해 양강 구도에 변화가 올 수도 있다. 현재 유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현재 구도가 계속 이어진다면 의외로 문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영호남 대결 사라지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兩强) 구도에서 무게중심이 어느 쪽으로 쏠릴지는 1차적으론 호남 민심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 조사에선 다자 구도 시 호남에서 문 후보가 46.0%, 안 후보가 40.6%의 지지를 받았다. 양자 구도에선 안 후보가 49.0%, 문 후보가 47.2%의 지지를 받아 역전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선 문 후보 52%, 안 후보 38%였다. 선거가 본격화하면서 특정 후보로 쏠릴지, 투표 당일까지 이대로 팽팽하게 지속될지 예측이 쉽지 않다.

구(舊) 여권의 표밭이었던 영남에서 두 후보의 경쟁 구도가 계속 이어질지도 관전 포인트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대구경북에선 안 후보(38%)가 가장 앞섰다. 이어 문 후보 15%, 유 후보 15%, 홍 후보 14% 등이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에선 문 후보(41%)가 가장 앞섰다. 이어 안 후보 25%, 홍 후보 13% 등이었다.

현재로선 역대 대선의 영호남 대결 구도가 이번엔 반복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987년 대선 이후 처음으로 영남과 호남에서 모두 1위를 한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대선#판세#지지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