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준표 후보, 보수가 왜 안철수로 쏠리는지 돌아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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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이 어제 발표한 4월 첫째 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지지율은 7%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합쳐도 보수 후보 지지율의 합이 11%에 불과하다. 특히 홍 후보는 비호감도가 77%로 대선 후보 중 가장 높았다. 비토 세력이 많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비호감도(44%)보다 한참 높다.

보통 보수적 성향의 유권자가 전체의 40% 정도라고 볼 때 보수 후보가 이처럼 외면을 당하는 데는 홍 후보 탓도 크다. 그가 속한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까지 됐음에도 깊은 자성(自省)을 한 적이 없다. 홍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책임 있는 친박(친박근혜)과 절연은커녕 “지게 작대기라도 필요하다”며 끌어안았고,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대구경북(TK)지역 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해 “보수 적자는 홍 후보”라고 맞장구쳤다. 보수 정당으로서 보수의 기본 가치인 책임정치를 외면했으니 지지율이 낮은 것도 당연하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TK지역에서도 “홍준표나 유승민을 찍으면 문재인이 된다”는 사표(死票) 방지 심리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하겠다는 기류가 심상치 않다.

경남도지사직을 내려놓지 않는 홍 후보의 처신도 비호감도를 높이는 일이다. 그는 공직자 사퇴 시한인 9일 밤늦게 지사직을 사퇴하고 10일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함으로써 경남도지사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선거비용 절약을 위해서라지만 법의 허점을 이용해 끝까지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보수의 탐욕’이 역력하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 등 홍 후보의 막말 퍼레이드도 보수층을 돌아서게 만든다. “박정희 대통령처럼 강인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을 했으면 강한 카리스마와 뚜렷한 비전으로 보수 유권자의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오죽하면 위기를 느낀 당에서 “후보의 말투와 스타일을 바꿔 이미지를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홍 후보가 진정 보수의 적자라면 언행에서부터 품격을 갖추었으면 한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홍준표#유승민#보수 후보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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