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외교팀’과 스킨십 불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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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한국 당국자와 오찬-만찬 일정 안잡아
두달뒤 새 정부 출범 고려한듯… 외교부 “실무방문땐 필수 아니다”
장관 회담前 기자회견도 이례적

“신임 미국 국무장관의 첫 방한인데, 한국 정부 관계자와의 식사 약속은 없나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17일 한국 방문 일정이 공개된 뒤 외교가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이 오후 5시로 잡혔기 때문에 회담이 끝난 뒤 공식 만찬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지만 만찬 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서 16일 일본을 방문했을 때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과 회담을 마친 뒤 만찬을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틸러슨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 대리 등과 함께 저녁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국땅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자국인들을 조용히 격려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한국 땅을 밟자마자 비무장지대(DMZ)를 찾고 장병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 측 당국자가 틸러슨 장관과 편안히 정을 쌓을 만한 기회는 없었다. 일각에선 한국 측에서 만찬을 제안했으나 틸러슨 장관이 거절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외교부는 “공식 방문이 아닌 경우에는 만찬이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항에 마중 나간 한국 측 공무원 직급이 심의관일 정도로 이번 방문은 실무 방문”이라며 “서로가 일정을 촉박하게 조율할 때 (만찬 일정을 잡는 게) 좋은 프로토콜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틸러슨 장관의 이러한 행보가 한국의 불투명한 현재 정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두 달 내에 새로운 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을 고려해 현 정부 인사들과의 ‘스킨십’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국 외교장관이 회담을 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례적이다. 회견 시간도 22분에 불과했고 질문은 단 4개만 받았다. 회담 내용과 성과를 묻기 위한 질문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회담 전에 기자회견을 한 선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틸러슨#만찬#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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