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날짜 확정 미룬 황교안 대행, 심판이냐 선수냐 갈림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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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정국]행자부 ‘5월 9일案’ 보고했는데도 황교안 대행, 국무회의서 안건 상정안해
황교안측 “20일 시한이라 신중 처리”
靑참모 14명이 낸 사표 모두 반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심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고심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제19대 대선 선거일 지정을 미루고 있다. 이번 조기 대선에서 ‘심판이냐, 선수냐’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야권에서는 “조기 대선에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부는 14일 황 권한대행 주재로 국무회의를 개최했으나 예상과 달리 이번 대선 선거일을 지정하는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행정자치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미 대선을 5월 9일 치르는 방안을 국무총리실에 보고했고, 관련 안건이 상정되면 바로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하루라도 빨리 선거일을 공고해야 투표 장소 임대, 사전선거와 재외선거 신청 등 절차를 밟아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무적인 준비가 끝났음에도 황 권한대행이 선거일을 지정하지 않아 정부 내에서도 “알쏭달쏭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황 권한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선거일을 공고하기 전에 사퇴의 뜻을 밝혀 공정성 시비를 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공고를 늦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황 권한대행 측은 “20일까지 대선일 공고 시한이 남은 만큼 각 부처의 준비를 막판 점검하는 등 신중하게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 경우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될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출국했다가 19일 귀국한다. 17일에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예방도 예정돼 있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이런 일정을 소화한 뒤 전격적으로 출마를 선언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친박(친박근혜)계, 기독교계 등에서 보수진영 인사 중 유일하게 여론조사 지지율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황 권한대행에게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법적으로는 다음 달 9일(선거일 30일 전)까지만 사퇴하면 되기 때문에 입장 발표를 더 늦출 수도 있다.

반면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은 상대 후보 비방, 불법 단체 동원 등 후보 경선을 비롯한 선거 과정 전반의 불법 선거운동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일 공정한 대선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것은 선수보다는 심판 역할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총리실은 이번 주 내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선거일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위관료 출신 한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여줬듯 대선에 나가려면 (조직이나 자금) 준비가 필요하다”며 “(황 권한대행이)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도 대선 출마와 관련해 황 권한대행과 소통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황 권한대행은 이날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고위 참모 14명이 제출한 사표를 모두 반려했다. 다만 황 권한대행 측은 청와대 참모들에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일단 반려 조치했다”고 밝혀 국정의 안정적 운영에 방점을 찍은 판단임을 강조했다.

우경임 woohaha@donga.com·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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