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출마설에 미소만… 보수층도 주자들도 속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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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불출마 이후]보수주자로는 유일한 10% 지지율
대정부질문 불출석 의사 ‘강수’… 유승민 “출마 생각 있다면 밝혀라”
“황교안이 대안” “출마땐 필패” 엇갈려

“빨리 거취 밝혀 혼란 끝내야” 지적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로 정치권의 이목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급격히 쏠리고 있다.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 주자로는 유일하게 1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다. 황 권한대행의 모호한 태도가 정치권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은 2일에도 출마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미소만 지을 뿐 답을 하지 않으며 ‘NCND(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음)’ 전략을 이어갔다. 국회의 대정부질문 출석 요구에는 “(12월 임시국회에만 출석한다는) 교섭단체 간 협의가 감안되지 않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야당과 각을 세우며 재고를 요구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다만 당초 국무총리실이 낸 자료에는 ‘저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라고 시작된 것을 황 권한대행이 나중에 보고 나서 주어를 ‘국무총리’로 수정해 톤을 낮춘 뒤 다시 배포했다.

 보수 표를 결집시킬 ‘대체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황 권한대행으로서는 ‘꽃놀이패’를 쥔 모양새다. 한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지지율이 오르면 그만큼 국정 장악력이 높아지고 공직 기강도 잡을 수 있다”며 “굳이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힐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다 결국 출마를 하지 않는다면 보수권 주자들로서는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황 권한대행이 가급적 빨리 본인의 거취를 밝히는 게 보수의 싹을 틔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국민들은 어떤 후보든 충분히 검증하고 대선을 치르길 원할 것”이라며 “만약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 생각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그 뜻을 밝히고 그만두라”고 요구했다.

 지지율이 계속 상승세를 타면 황 권한대행의 출마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20%를 넘어갈 경우 ‘대안론’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보수층의 요구가 커지면 대선 출마의 명분도 생긴다”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은 일단 외교, 안보, 경제를 두루 챙기는 광폭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제는 ‘황교안 대안론’에 여러 가지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우선 황 권한대행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막지 못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황 권한대행의 출마로 박근혜 정부의 연장선상에서 대선을 치르게 되면 보수는 필패할 뿐만 아니라 미래도 없다”고 말했다.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권한대행직을 또다시 넘기는 것이 국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걸림돌이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가 파괴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보수 진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보수가 양분된 채 대선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누리당과 분당한 바른정당이 황 권한대행과 함께할 명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바른정당 대선 주자와 황 권한대행의 단일화는 ‘불륜’이라 실현될 수 없다”며 “결국 보수는 분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보수층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출마한다면 이번 대선의 승리보다는 향후 보수 결사체의 구심점이 되기 위한 행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홍수영 gaea@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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