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분야는 전통적 스타일(보수)인 반면 경제·사회 이슈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중도, 진보에 가깝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인 오준 전 주유엔 대사(사진)는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의 정책 성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오 전 대사는 “유엔이 지향하는 가치나 목표들이 소외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에 필요한 리더십은 ‘안정과 통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면 이는 시대적 소명의식 때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라며 “대선 후보로 나오라는 기대가 높아진 상황에서 ‘나만 편하게 은퇴 생활을 할 수는 없다’고 본 것 같다”라고 전했다.
외교부와 유엔에서 반 전 총장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오 전 대사는 반 전 총장을 두고 “성실과 배려라는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뒤 “다만 배려 때문에 (친분을 과시하는) 주변 사람을 내치지 못하는 점은 단점으로 비칠 수도 있다”라고 했다.
또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 가는 외교관이 정치에 부적합하다는 주장은 공정하지 못하다”라며 “반 전 총장은 자신이 충청권 대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반 전 총장의 한계로 꼽히는 외교관 출신이나 지역 대표 이미지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오 전 대사는 “‘반기문 신당’을 만들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기존 정당과 두루 접촉할 수밖에 없다”라며 반 전 총장을 중심으로 한 ‘제3지대 연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의 경제 자문을 맡은 곽승준 고려대 교수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따뜻한 시장경제, 진화된 자본주의, 글로벌 스탠더드 등 3가지 키워드를 공약에 반영할 계획”이라며 경제 분야에서 진보적 구상을 내놓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곽 교수는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반 전 총장의 12일 귀국 행사는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다. 예비 캠프 격인 ‘광화문팀’에서는 이도운 대변인 등 최소한의 인원만 공항에 나가기로 했다. 반 전 총장은 귀국 이후 고향인 충북 음성 등을 찾은 뒤 첫 지역 일정으로 부산 방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고향에서 대선 행보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