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4대 재벌 개혁에 집중… 지주회사 규제로 문어발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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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문재인 ‘재벌적폐 청산’ 토론회

싱크탱크 소장과 대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조윤제 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싱크탱크 소장과 대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가 1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최한 포럼에 참석해 조윤제 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0일 ‘재벌 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 토론회를 개최하고 강도 높은 재벌 개혁 방안을 밝혔다. 권력기관 개편에 이은 두 번째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문 전 대표는 특히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며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공개 반응은 자제했지만 “포퓰리즘에 가깝다”며 우려와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 文 “재벌 경제는 경제 성장의 걸림돌” 정면 조준

 문 전 대표는 이날 지배구조 개선부터 산업용 전기료 인상까지 다양한 해법을 언급했다. 그간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에서 논의된 재벌 개혁 방안을 총망라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첫 과제로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노동자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자추천이사제, 모(母)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도록 한 다중대표소송제, 재벌 총수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소액 주주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대표소송 단독주주권 등을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고 강조하면서 “법정형을 높여 집행유예가 불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해 재벌의 불법과 독점행위 등을 강력하게 단속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서는 지주회사 요건과 규제를 강화하고 금산 분리로 재벌과 금융을 분리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전 대표는 30대 재벌의 자산에서 ‘범(汎)삼성 재벌’의 비중이 25%에 이른다며 “우선 10대 재벌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겠다. 그중에서도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주요 대기업을 정조준했다.

○ ‘정책 통한 반(反)문재인 포용’ 의지


 개혁안에는 당내에서 논의 중인 내용들이 대거 포함됐다. ‘갑(甲)의 횡포에 맞서 을(乙)을 지키겠다’는 취지로 구성된 ‘을지로위원회’를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문 전 대표와 대립 각을 세우고 있는 김종인 전 대표의 법안을 적극 반영했다. 김 전 대표가 지난해 7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내용이 이날 개혁 방안에 그대로 포함됐다. 당 관계자는 “정치적으로는 불편한 관계라도 김 전 대표의 경제 식견과 정책 방향만큼은 적극 포용하겠다는 제스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표는 “(대선 공약이 아니라)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될 일”이라며 “4대 재벌도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적용을 안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재벌 개혁안은 문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이 주도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국민성장 소장을 맡고 있는 조윤제 서강대 국제대학원장과 경제분과위원장인 최정표 건국대 교수가 큰 그림을 그렸다”고 전했다. 또 김 전 대표의 법안을 반영하는 작업은 비서실장 격인 임종석 전 의원이 직접 챙겼다.

○ 우려와 불만 섞인 재계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주요 그룹들은 “당혹스럽고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발표한 방안 대부분이 이미 법으로 보장돼 있는 내용인데 마치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해법처럼 내놓은 것은 포퓰리즘에 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던 삼성그룹은 가뜩이나 ‘최순실 사태’로 올 스톱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는 분위기다. 증권가에선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의 분할과 함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제까지 정부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을 권장해 온 것을 두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나왔다. A그룹 고위 관계자는 “지배구조는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는데 어떤 형태가 ‘선’이고 ‘악’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많다”고 했다. 금산분리 강화 방안도 금융 계열사를 운영하는 삼성, 현대차, 한화 등에는 큰 부담이다.

 전문가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는 “문 전 대표가 언급한 4대 재벌 지배구조 개편 등은 다음 정권이 해결해야 할 필수적 과제”라고 짚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금산분리, 기업 의사결정 구조 개선 등은 10여 년 전부터 나왔던 내용”이라며 “재벌에 편중된 경제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기업 개조 차원이 아니라 경제 전반의 획기적 구조개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 / 세종=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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