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靑지시로 국민연금 결정에 영향력’ 정황 포착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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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동시다발 압수수색]특검, 관련자 진술 확보
문형표 전장관 집 압수수색-27일 소환… 홍완선 前본부장 불러 과정 추궁
삼성 측 사전 협의 여부에 초점… 朴대통령 뇌물죄 ‘퍼즐 맞추기’ 가속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청와대-보건복지부-국민연금공단으로 이어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문형표 당시 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공단이 찬성 의결을 내도록 지난해 7월 지시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고 문 전 장관을 27일 오전 9시 반에 소환한다. 특검은 청와대가 문 전 장관에게 이를 지시한 단서를 잡고 김진수 대통령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도 26일 압수수색했다. 특검이 이날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소환하는 동시에 문 전 장관, 김 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은 청와대의 지시 아래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박 대통령의 뇌물죄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단서를 이미 상당 부분 확보해 특검에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대를 전후해 삼성 측에서는 2015년 7월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20)에 대한 지원 사안을 문자로 긴밀히 협의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또 국민연금 측에서는 합병 찬성 의결권 행사 이전에 삼성을 도우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이 있었다는 점도 검찰에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내부에서 “삼성 경영권 문제가 원만히 해결됐으면 한다”고 언급한 사실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들은 뇌물공여죄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이런 정황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사전에 협의를 한 뒤에 뇌물을 준 구도가 입증되지 않을 경우에는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에 따른 피의자로 이미 입건한 상태다. 문 전 장관, 김 비서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했다. 삼성 합병 당시 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지시가 있었고, 그 지시를 따른 국민연금 기금 운용 결정권자가 손해를 일으켰다는 구도로 특검은 보고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합병 의결 찬성 당시 예외적으로 외부 전문가 그룹인 전문위원회 의견을 생략하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찬성을 의결했다.

 한편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정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정 씨에게 가급적 귀국해 조사받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고 이날 밝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문형표#삼성#뇌물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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