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겨눈 특검, 블랙리스트 부인한 조윤선 집중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특검, 동시다발 압수수색]정권에 비우호적 9473명 명단 작성
조윤선 장관-정관주 前차관이 주도 의혹… 김기춘, 큰 방향 지시했을 가능성
지난 10월 장관실 컴퓨터 하드 바꿔 블랙리스트 관련 증거인멸 의혹
문체부 “취임 따른 자연스러운 교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6일 문화예술계 인사를 이념 성향에 따라 분류해 지원했다는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수사를 본격화했다. 

 박 특검팀이 26일 문화체육관광부를 압수수색한 곳은 10월 2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파헤친 곳과는 다르다. 특검이 기존 검찰 수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사의 갈래를 찾아냈다는 의미다.

 이날 특검은 문체부 예술정책관실과 기획조정실, 콘텐츠정책관실, 관광정책관실 그리고 조윤선 장관 집무실과 차관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을 하나로 꿰는 것은 ‘문체부 인사 개입’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이다. 특검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곳으로 지목된 예술정책관실에서 실제 리스트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문화계 인사들을 이념 성향으로 분류한 명단을 문체부 예술정책국에 내려보냈다는 의혹은 2014년 중반부터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26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2014년 7월) 퇴임 전 블랙리스트 형식 이전에 수시로 김기춘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의 지시라고 하면서 모철민 수석이나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문체부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그 문서의 출처가 정무수석실 국민소통비서관실이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었고,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이었다. 특검은 조 장관과 정 전 차관이 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조 장관의 윗선 격인 김기춘 전 실장이 큰 흐름에서 이러한 지시를 내려보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이 블랙리스트 작성 실체를 밝혀낸다면 문화계는 물론이고 사상(思想)의 영역까지 입맛에 맞게 관리하려 한 정권의 구태(舊態)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알리는 문예위 문건을 공개했다. 명단에는 △2015년 ‘세월호 정부 시행령 폐기 촉구 선언’ 서명 문화인 594명 △2014년 ‘세월호 시국선언’ 문학인 754명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6517명)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지 선언(1608명) 문화인 등 총 9473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8월 숨진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남긴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할 것”(2014년 10월 2일)이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문화연대와 서울연극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12개 단체는 이달 초 특검팀에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김 전 실장과 조 장관,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전 교육문화수석), 정 전 차관 등 9명을 고발했다.

 한편 문체부는 10월 조윤선 장관 취임 한 달 만에 장관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블랙리스트 관련 자료의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특혜 수사를 위해 문체부를 압수수색한 지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측은 “장관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는 2년 만에 새 장관 부임에 따른 자연스러운 교체”라며 증거 인멸 의혹을 부인했다.

전승훈 raphy@donga.com·신나리 기자
#cbs#최순실#조윤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