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朴대통령-김기춘 존경”… 의혹엔 “모른다,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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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청문회]우병우 “朴대통령과 주로 전화 통화… 독대 횟수 안밝히는게 비서 본분… 장모도 최순실 씨 모른다고 해”
세월호 수사때 檢에 전화만 인정… 국정원 핫라인 논란엔 “정상적 보고”
의원들 의혹 규명 못하고 호통만… 26일 최순실 구치소 현장 청문회

민주 “구속수사를” 우병우 앞 피켓 시위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맨위쪽 사진 오른쪽)이 22일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우 전 수석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맨위쪽 사진 앞줄 왼쪽부터 신경민 진선미 이재정 백혜련 박주민 의원. 우 전 수석은 이날 
국조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묘한 표정을 짓거나(왼쪽 아래),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오른쪽 아래). 홍진환 
jean@donga.com·최혁중 기자
민주 “구속수사를” 우병우 앞 피켓 시위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맨위쪽 사진 오른쪽)이 22일 최순실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기 위해 국회로 들어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우 전 수석의 구속 수사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맨위쪽 사진 앞줄 왼쪽부터 신경민 진선미 이재정 백혜련 박주민 의원. 우 전 수석은 이날 국조위원들의 질의를 받고 묘한 표정을 짓거나(왼쪽 아래), 고개를 숙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오른쪽 아래). 홍진환 jean@donga.com·최혁중 기자
 22일 최순실 국정 농단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5차 청문회는 ‘우병우 청문회’였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각종 의혹에 “아니다”로 일관했고, 특위 위원들의 결정적인 ‘한 방’이 없는 질문 공세는 우 전 수석의 방패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 “대통령과의 독대 횟수 밝힐 수 없어”

 우 전 수석은 촛불 민심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치적 입장을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존경하느냐는 질문에는 “존경한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식으로 말했고 진정성을 믿었다”고 답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도 “내가 모신 비서실장이라 존경했다”고 했다.

 우 전 수석은 대통령과의 독대 여부에 대해선 “주로 전화 통화를 했다”며 “독대한 적 있다. 몇 번인지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주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대 횟수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비서라는 공직자로서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맞섰다.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의 핫라인 보고 의혹에 대해서도 우 전 수석은 “국정원 보고를 정상적으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추 전 국장을) 올해 초 한 번 만났다. 전화는 가끔 했다”고 답했다.

○“최순실 차은택 모른다”


 우 전 수석은 국정 농단 의혹 중심에 서 있는 최순실, 차은택 씨를 아느냐는 질문에 모두 “모른다”고 주장했다. 최 씨의 관저 출입 여부도 “나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은 “고영태 씨로부터 ‘차 씨의 법조 조력자가 김기동(검사장)이고, 김기동을 우병우가 소개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은 “차 씨든 김 씨든 여기 불러서 확인해 봤으면 좋겠다. 차 씨를 만난 적도 없고 명함을 준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기동 현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은 실제 올해 초 차 씨를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단 후배 검사 중 한 명이 차 씨와 휘문고 동기인데, 후배와 차 씨가 만난 자리에 우연히 동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는 김 검사장이 미르·K스포츠재단이나 최 씨 관련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장모와 최순실 차은택 골프 회동 사실 아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최 씨의 차명 소유 회사가 (우 전 수석 장모 김장자 회장 소유의) 기흥컨트리클럽과 거래도 하는데 어떻게 최 씨를 모르냐”고 따졌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일단 나는 최 씨를 모르고 전부 장모와 관계된 것”이라며 “장모에게도 (최 씨를 아냐고) 물었지만 모른다고 했다”고 답했다.

 2013년 장모인 김장자 회장과 최순실 차은택의 골프 회동에 대해서도 “차은택을 모르기 때문에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건 우리 장모밖에 없다”고 책임을 미루면서 장모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느냐고 묻자 “예”라고 답변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우 전 수석의 장모는 최 씨가 기흥컨트리클럽만 오면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이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우병우를 최순실이 꽂아줬다고 (우 전 수석 장모로부터) 들었다”는 취지의 기흥컨트리클럽 종업원 음성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납득할 수 없다”며 “후배가 근무한 자리에 가는 게 맞나 고민했다”고 맞섰다.

○ 해경 수사 때 전화 유일하게 인정

 이날 유일하게 우 전 수석이 인정한 건 세월호 참사 수사와 관련해 광주지검 수사팀 간부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내용이다. 수사 개입이 아니라 기관(검찰-해경)끼리 충돌하고 있는 내용에 대한 상황 파악일 뿐이라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법무부에 문의하는 게 정상”이라며 “(수사팀에 전화한) 행위 자체가 불법이다”고 몰아세웠다.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에 ‘우병우팀’이라고 적은 지시 내용에 대한 질문에도 우 전 수석은 “그런 건 없다. 나는 모르겠다”고 피해 갔다. 결국 여야 특히 위원들은 추가 의혹을 파헤치지 못한 채 호통만 이어갔다.

 우 전 수석은 각종 인사권에 개입해 이른바 ‘우병우 사단’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언론에서 붙인 얘기다. 사조직도 아니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것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누리꾼들은 “오늘 청문회에서 밝혀진 우병우의 죄는 대통령과 김기춘을 존경한 죄, 검찰에서 팔짱 낀 죄, 청문회에서 삐딱하게 있고 메모한 죄뿐”이라고 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황형준·정지영 기자
#최순실#청문회#우병우#국회#국정농단#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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