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농장에 감금돼 혹사당하는 北여성들… 도망 못가게 감독관이 여권도 압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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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 5년/‘21세기 노예’ 北해외노동자]<3> 폴란드 농장 르포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남서쪽으로 272km 떨어진 사르노프.

 바르샤바에서 구불구불한 국도를 4시간 달려야 나오는 이 시골 마을이 지난해 발칵 뒤집혔다. 동양인을 찾기 힘든 이곳에 북한 여성 60명이 한꺼번에 나타난 것이다. 폴란드 인력 송출회사를 통해 들어온 이들은 48만 m²(약 14만5400평)의 거대한 무라스키 토마토 농장에서 일한다. 기자는 최근 이 농장을 방문해 해외에 파견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의 존재를 처음으로 확인했다.


 30, 40대인 여성들은 높고 단단한 철창으로 가려진 농장에서 매주 6일, 하루 10시간 넘게 토마토나 꽃을 딴다. 숙소도 농장 안에 있어 24시간 감금 생활을 하고 있다. 폴란드 국가노동감독원은 올해 6월 말 예고 없이 농장을 방문해 고용실태 조사를 벌였는데 북한 여성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권을 갖고 있지 않았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감독관이 여권을 압수한 것이다.

 이들이 농장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일주일에 딱 한 번, 장을 보러 갈 때다. 이들은 농장에서 500m 떨어진 작은 슈퍼마켓을 이용한다. 5km 떨어진 곳에 값이 싼 대형 마트가 있지만 노출을 꺼려 가지 않는다. 슈퍼마켓 종업원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 30, 40명의 여성이 와서 계란이나 채소를 사간다. 가까운 거리임에도 꼭 버스 한 대에 같이 타고 온다”고 했다. 다른 종업원은 “남자들도 한두 명 따라 온다”고 전했다. 여성 노동자들을 감시하는 감독관이다.

 올해 7월 몰타가 북한 노동자를 추방하면서 폴란드는 유럽에서 북한 노동자가 일하는 마지막 국가가 됐다. 현재 폴란드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는 410여 명, 그중 여성은 약 100명이다. 남자는 주로 용접 건설 건축업에, 여자는 농업에 종사한다.

사르노프=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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