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구성 공언한 비박… 대선 제3지대 ‘태풍의 눈’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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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유승민, 21일 與 탈당 선언]친박-친문 제외 헤쳐모여 가능성

분당 각오한 친박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나경원 의원 등은 불참했다. 왼쪽부터 최 의원, 박대출 이완영 의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분당 각오한 친박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20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친박(친박근혜)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 등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비주류 핵심인 김무성 나경원 의원 등은 불참했다. 왼쪽부터 최 의원, 박대출 이완영 의원.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새누리당 비주류가 20일 ‘분당(分黨)의 다리’를 건넜다. 마지막까지 당 사수를 주장해 온 유승민 의원도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에 동참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비주류의 탈당 시기와 규모다. 비주류 측은 이번 주 안에 20명 이상이 동반 탈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이어 제4의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새누리당에서 20명 이상이 탈당하면 민주당이 다시 제1당이 된다. 국회 운영이 야권 중심으로 심화되고 재편되는 셈이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집단 탈당으로 내년 대선 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친박(친박근혜)계와 친문(친문재인)계를 배제한 제3지대에서의 ‘헤쳐 모여’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의원총회 직후 전격 탈당 결의한 비주류

탈당 결의한 비박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중심인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이 20일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비주류 측은 친박(친박근혜)계가 유승민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여상규 의원, 김 전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탈당 결의한 비박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 등 비주류 중심인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이 20일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비주류 측은 친박(친박근혜)계가 유승민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집단 탈당까지 고려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태 여상규 의원, 김 전 대표.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비주류 집단 탈당 결의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였다. 비주류에 비상대책위원장 추천을 요청했던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전날 비주류가 유승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합의 추천하자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당이 풍비박산날 수 있다”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날 의총에선 “유 의원이 어떤 혁신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왜 자신만이 당을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얘기해 달라”라고 요구했다.

 친박계도 ‘유승민 비토’에 가세했다. 김진태 의원은 “유 의원은 신뢰와 능력, 염치가 없어서 안 된다”라며 “유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태극기(보수단체를 의미)의 거센 파도가 새누리당을 덮칠 것이다. 촛불은 무섭고 태극기는 무섭지 않으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아이콘”, “당내 분란의 원조 진앙지”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날 의총에 참석하지 않았다. 유 의원은 따로 기자들을 만나 “나한테 정견 발표를 요구하는 건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이고, 거기에 응할 생각도 없다”라며 “(내가) 싫으면 왜 싫은지 이유를 밝히는 건 정 원내대표의 몫”이라고 반격했다. 정 원내대표는 유 의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길지에 대해 “2, 3일 내에 결정하겠다”라고 했지만 비주류는 의총 직후 오찬 회동에서 전격적으로 탈당을 결의했다. 비주류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은 “친박계가 (유 비대위원장 카드를)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라며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않고 분당 움직임을 구체화하기 위한 노력을 21일부터 시작하겠다”라고 선언했다.

○ 새누리당 ‘분당 태풍’의 위력은?


 이날 비주류 회동에 참석해 ‘탈당 도원결의’를 한 의원은 16명이다.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은 유 의원도 탈당을 공식화했다. 이날 저녁 유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는 따로 만나 21일 탈당을 공식 선언하고 향후 신당 창당을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 탈당파만으로도 원내교섭단체(20명) 구성이 어렵지 않은 상황에서 관심은 현재 제3당인 국민의당 의석수(38석)를 넘어설 수 있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중립 성향 의원 모임을 이끌고 있는 이주영 의원은 이날 “(중립 성향인) 약 30명의 의원은 (친박계가) 유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조건 없이 수용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라며 비주류에 힘을 실어 줬다. 비박(비박근혜) 성향 비주류뿐 아니라 중립 성향 비주류까지 탈당 대열에 합류한다면 국민의당 의석수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대규모 집단 탈당으로 원내 제3당이 된다면 새누리당 탈당파가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이들은 앞서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용태 의원 등과 합류한 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영입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 총장과 가까운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탈당을) 고민해 봐야겠다”라며 신당 합류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국민의당과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진영까지 연대한다면 새누리당 분당을 넘어 대선 국면에서 ‘태풍의 핵’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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