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유승민 21일 탈당 선언

‘유승민 비대위장 추대’ 친박 거부하자 김무성-유승민 20일 단독회동서 신당 합의
비박 “20명 탈당” 21일 창당 논의… 與 분당 현실화… 대선구도 요동

　새누리당 비주류의 핵심인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은 20일 단독으로 만나 21일 비주류 집단 탈당을 결의하고 함께 신당을 창당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이자 유일한 보수당인 새누리당의 분당(分黨)이 현실화한 것이다. 내년 상반기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 다자(多者)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역대 어느 대선보다 혼전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분열이 정치권 새판 짜기의 ‘태풍의 눈’이 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20일 비주류 의원 오찬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이제는 결단하고 행동할 때라는 데 뜻을 모았다. 우리의 방안은 분당”이라고 명확히 했다. 이어 탈당 의원 규모에 대해 “20명 이상은 된다”라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날 회동에 참석한 의원은 16명이다. 정치권에선 당 사수파이던 유 의원 측 의원들과 중립 성향 의원들이 동참하면 국민의당 의석수(38명)와 맞먹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동반 탈당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비주류 의원들은 21일 다시 모여 탈당을 공식화하는 동시에 동반 탈당 의원 명단을 취합하고 신당 창당 논의도 본격화하기로 했다. 이날 회동에서 신당 창당 이후 당직 인선 등도 언급됐다고 한다.

　회동 직전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비주류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천한 유 의원을 친박(친박근혜)계가 거부하자 비주류는 곧바로 집단 탈당을 전격 결의했다. 유 의원은 이날 ‘의총에 나와 비대위원장 후보로서 자신의 비전을 밝히라’는 친박계의 요구에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짓으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라고 비판했다. 더는 친박계와 당 쇄신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유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늘(20일) 친박계의 거부 의사를 확인한 만큼 내일 비주류 모임에 참여해 탈당 선언에 동참하겠다”라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다른 의원 설득을 통한 세 불리기와 지역구 당원 설명 절차 등을 위해 실제 탈당계는 27, 28일쯤 제출할 계획이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유 의원 비대위원장 카드’를 2, 3일 정도 고민해 보겠다고 했으나 유 의원이 거부한 셈이다. 유 의원의 ‘탈당 합류’로 비주류 집단 탈당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