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투쟁 막힌 유승민측 “이럴바엔 집단탈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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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유승민, 21일 與 탈당 선언]한때 일부만 게릴라식 탈당 고려
당내 “유승민 존재감 부각… 최대 수혜”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비주류 집단 탈당’의 키를 쥔 인물이었다. 20일 유 의원이 탈당을 결심하면서 분당(分黨) 사태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유 의원은 지난주까지만 해도 ‘당내 투쟁’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TK(대구경북) 적자’란 정치적 자산을 갖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분당에 부정적인 TK 여론을 살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선거와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위한 전국위원회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정면 대결을 해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유 의원 주변에선 2012년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는 데 성공했던 ‘박근혜 비대위’ 모델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유승민 비대위’로 친박 인적 청산과 보수 개혁을 이뤄내 유 의원의 지지율을 15%까지 끌어올린 뒤 내년 대선에서 승부를 걸자는 구상이었다. 한 측근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게 유 의원이 대권으로 가는 제일 좋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그러나 ‘당내 투쟁’이 친박계의 벽에 막히자 유 의원 측의 전략도 바뀌었다. 탈당 논의 초반에는 ‘비박(비박근혜) 연합’식이 아닌 유 의원과 가치를 공유하는 몇몇만 함께 움직이는 게릴라식의 ‘탈레반 전략’이 거론됐지만 이제 ‘비주류 공동 행동’으로 옮겨 왔다. 한 측근은 “보수층에 대선 주자로 각인되려면 탈당파의 규모가 어느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분당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유 의원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간 ‘비주류 내 주류’는 김무성 전 대표였다. 그러나 현재 유 의원이 탈당 흐름의 물꼬를 트며 비주류의 구심점이 된 양상이다. 한 비주류 3선 의원은 “결국 보수의 대선 주자인 유 의원을 따라 중립 성향의 초·재선들도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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