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은택, 공직 퇴임후에도 靑회의 참석… 문체부 “관여 안했다” 주장 거짓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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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5월회의 ‘명예단장’으로 참석… 문화창조벨트사업 사실상 지휘
여명숙 당시 단장은 회의서 배제… 문체부 관계자 “靑요청에 따른것”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47·구속 기소)이 올 4월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여전히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1871억 원 규모의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을 막후에서 총괄한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28일 단독 입수한 ‘문화창조융합벨트 현안 보고―현안 점검 회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5월 13일 오후 4시 대통령교육문화수석실에서 열린 회의에 차 씨는 ‘명예단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 회의에는 청와대 문화체육비서관과 행정관, 최보근 문체부 콘텐츠정책관, 이진식 융합본부 부단장, 김경화 문화창조융합벨트팀장 등 문체부 인사 3명, 미래창조과학부 인사 1명, 기획재정부 산하 기관 인사 등 11명이 참석했다.

 당시는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 차 씨 후임으로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고 있던 때다. 그러나 현직 단장인 여 위원장이 아닌 차 씨가 명예단장으로 참석해 융합벨트 사업 전반을 지휘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그동안 차 씨가 공직에서 물러난 후 관련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홍릉 문화창조아카데미 리모델링 및 이전 △융복합프로젝트 지원사업 △K컬처밸리 홍보관 개관 및 기공식 △K스타일 허브 등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 전반이 논의됐다. 이들 사업의 2016, 2017년 예산 규모는 1871억 원에 이른다. 회의가 열린 장소가 청와대 교문수석실인 데다 문체부 기재부 미래부 인사들도 참석한 것을 감안할 때 차 씨가 청와대를 등에 업고 정부 부처를 움직여 온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또 ‘K컬처밸리’ 사업에 대해 “차 씨와 무관하며 민간 기업(CJ)이 자율적으로 추진했다”고 해명했으나 이 문건을 통해 거짓임이 입증됐다.

 여 위원장이 청와대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을 알고 참석자 명단과 회의록을 요구하자 김 팀장은 직접 작성한 회의록을 여 위원장에게 제출했다. 김 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차 씨의 참석은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답변했다.

 여 위원장은 “문화창조융합본부에서 차은택과 이진식 김경화 등 세 사람이 협의한 내용을 김종덕 문체부 장관과 상의해 서류로 만들어 오면 도장만 찍는 게 실무담당 문체부 공무원들의 일이었다”며 “현직 단장이 있는데도 차 씨를 명예단장이라 부르며 청와대에서 사업을 논의한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기획은 차 씨가 하고, 책임은 다른 문체부 공무원에게 돌리는 기이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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