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조응천, 문체부 간부 2명 전격경질 당시 靑감찰 주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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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2013년 최순실 씨(60)와 딸 정유라 씨(20)가 관련된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한 뒤 갑자기 경질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의 좌천 구실을 당시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이 주도해 마련한 사실이 확인됐다.


 21일 정치권과 문체부 전현직 관계자 등에 따르면 청와대는 2013년 7월경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공직기강비서관실과 국무총리 산하의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을 동원해 문체부 노태강 전 체육국장과 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을 전격 감찰했다. 조 의원의 지시에 따라 공직복무관리관실 직원들은 두 사람의 사무실을 수색해 책상에서 공연티켓 등을 압수했다.

 조 의원은 압수한 물품 및 두 사람에 대한 불리한 평가 등을 근거로 감찰 보고서를 작성해 상부에 제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8월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나쁜 사람”이라고 이들 공무원을 지목했다. 청와대는 2014년 12월 두 사람의 경질 배경에 대해 “민정수석실로부터 체육계 적폐 해소가 지지부진한 원인이 담당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일한 대처 때문이란 보고를 받았다”며 감찰 사실을 인정했다. 조 의원의 보고서가 두 공무원 좌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이다. 전직 문체부 관계자는 “이 잡듯이 강도 높게 감찰했지만 별다른 비위 사실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그래서 ‘소극적’, ‘안일한’ 등을 강조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당시 감찰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사람은 허위 사실로 밝혀진 ‘정윤회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던 박관천 전 경정(당시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특별검사법 수사 대상엔 ‘관련 공무원을 불법적으로 인사 조치하였다는 의혹 사건’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조 의원을 포함해 두 공무원을 표적 감찰했던 지휘라인이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당은 공무원들의 감찰과 좌천 인사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 씨의 딸 정 씨가 2013년 4월 열린 승마대회에 출전해 2등에 그치면서 최 씨는 불만을 품었고 그 직후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문체부에 대한승마협회 감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 국장과 진 과장은 승마협회 내부의 최 씨 측근파와 반대파의 비위 사실을 고루 보고한 뒤 “최 씨에게 ‘미운털’이 박혔다”는 얘기가 나돌았고 결국 경질됐다.

 최근 조 의원은 “당정청 곳곳에 최 씨에게 아부하고 협조하던 ‘최순실 라인’이 버젓이 살아있다”고 하는 등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권 초엔 최 씨의 사리사욕을 위한 찍어내기 인사에 관여해 놓고선, 지금은 남의 일인 양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문체부 공무원 감찰 보고서 작성 여부에 대해 “공직에 있던 때의 일은 말할 수 없다. 국가기밀 누설로 엮일 수 있다”고 밝혔다. 박 전 경정 역시 “현직에서 수행한 업무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법률상에 위반되고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고만 답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동혁 기자
#조응천#최순실#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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