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플레이그라운드 진짜 주인은 최순실… 대기업 상대 돈벌이 창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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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차은택 “최순실 지분 60∼70%” 진술

 
올 들어 KT,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광고를 대거 수주한 광고대행사 ‘플레이그라운드’의 진짜 주인이 최순실 씨(60·구속)라는 정황이 확인됐다.

 14일 정치권과 광고업계에 따르면 최 씨의 측근인 김성현 씨(43·전 미르재단 사무부총장)는 플레이그라운드의 이사를 맡아 60∼70%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 이는 실제로는 최 씨가 김 이사의 이름을 빌려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대부분 최 씨의 또 다른 측근인 차은택 씨(47·구속)의 소유로, 플레이그라운드는 사실상 최 씨의 것이라는 얘기다. 차 씨는 검찰에서 플레이그라운드의 지분 구조 등을 밝히며 “최 씨가 이 회사의 주인”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플레이그라운드는 차 씨가 광고업계 이권을 장악하기 위해 자신의 측근인 ‘광고 마스터’ 김홍탁 씨(55)를 대표로 내세워 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 “최 씨가 플레이그라운드 회장”

 플레이그라운드 관계자들도 “최 씨가 인사부터 일감 수주까지 운영을 도맡았다”라고 증언했다. 이 회사 직원 엄모 씨(28·여)는 최 씨의 서울 강남 카페 ‘테스타로싸’를 운영하는 ㈜존앤룩C&C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는데, 엄 씨의 지인은 동아일보에 “엄 씨가 ‘플레이그라운드 회장은 김 씨나 차 씨가 아니라 최순실 씨’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최 씨는 플레이그라운드를 통해 올해에만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 업체지만 올 들어 9월까지 KT, 현대·기아차 등 대기업 광고를 120억 원어치 이상 수주했다. 광고대행사는 통상 광고비의 10∼15%를 수수료로 챙기기 때문에 플레이그라운드는 최소 12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또 박근혜 대통령 해외 순방 당시 문화행사 공연을 수주하기도 했다.

 검찰은 차 씨가 회사 설립 아이디어를 내고 김 씨와 광고 전문가 이동수 씨(55) 등 인맥을 동원한 뒤 최 씨가 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영향력을 행사해 이권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 신용등급 바닥인데 광고 대량 수주

 플레이그라운드가 광고 일감을 따낸 과정은 최 씨의 입김 없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기업 신용평가회사인 한국기업데이터는 플레이그라운드의 신용등급을 하위 등급인 ‘CCC’로 평가하며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광고업계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영세 기업에 수십억 원어치의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상식 밖”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플레이그라운드는 현대·기아차에서 6건의 광고를 수주했는데 한 건을 빼고는 모두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광고업계 관계자 A 씨는 “현대·기아차 같은 대기업 광고에 응찰하려면 까다로운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신생 업체로서는 충족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측은 “전체 광고 예산 중 광고회사 몫은 10% 수준으로 적기 때문에 10억 원 미만 건은 수의계약이 더 효율적”이라고 해명했다.

 KT가 올 초 플레이그라운드를 새 광고대행업체로 선정할 때도 뒷말이 무성했다. 최종 후보에 플레이그라운드 등 5곳이 포함됐는데 이 중 2곳이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광고업계 관계자 B 씨는 “조직 구성도 제대로 안 된 플레이그라운드가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을 보고 나머지는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박은서 기자
#플레이그라운드#최순실#차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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