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하야하는게 맞아”… “퇴진 뜻 없으니 빨리 탄핵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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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촛불 이후]들끓는 민심
학계-시민들, 대통령 퇴진방식 논쟁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3차 주말 촛불집회에 모인 100만 명(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 26만 명)의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폭발한 민심(民心) 속에는 더 이상 ‘2선 퇴진’은 의미가 없었다. 14일부터 학계와 시민 단체, 그리고 국민들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하야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내고 있다. 국민들이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논리도 명확하다.
○ “법적, 현실적으로 탄핵이 답”

 탄핵과 하야는 주체와 법적 정당성 측면에서 가장 큰 차이가 있다. ‘관직이나 정계에서 물러남’을 뜻하는 하야는 대통령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개념이다.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는 헌법 조항(68조 2항)에 따라 두 달 이내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반면 탄핵은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을 자리에서 밀어내는 법적 절차(헌법 65조)다. 대통령의 경우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거쳐 파면된다.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법적 절차에 따라 최순실 씨(60·구속)의 국정 농단을 자초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특히 이런 주장은 법학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온다.

 법학자 출신으로 진보 성향 교육감 중 한 명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도 이날 열린 도교육청 확대간부회의에서 “대통령에게 권력 행사를 위임할 당시 기대했던 신뢰가 무너지면 견제 장치가 작동하는 게 원칙”이라며 “대표적인 것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 소추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바로 이런 때 쓰라는 헌법상의 절차가 탄핵”이라고 밝혔다.

 탄핵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시민들의 주장도 많다. 지난달부터 열린 세 차례의 촛불집회에 모두 참가했던 김모 씨(30·교사·경기 안산시)는 “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도 대통령이 가만히 있다는 건 제 발로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 아니냐”며 “하루라도 빨리 탄핵 절차를 밟는 게 낫다”고 말했다.
○ “불투명한 정국…하야로 수습해야”

 이에 비해 즉각적인 퇴진, 즉 하야를 주장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는 탄핵 정국으로 벌어질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와 현 정치권의 시국 수습 능력에 대한 의문이 깔려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5일 박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가지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 한 예다. 참여연대는 14일 오전 추 대표의 양자 회담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적 흥정을 위한 ‘영수회담’은 의미가 없고 2선 후퇴나 중립 내각도 수습책이 될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은 즉각 대통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내놨다.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도 “시민사회가 나서서 만든 100만 촛불을 정치권이 독식하려 한다”는 격한 목소리까지 나오자 결국 민주당은 회담을 취소하고 당론도 ‘즉각 퇴진’으로 바꿨다.

 시민들도 정부와 국회에 대한 불신을 짙게 드러냈다. 대학 시절 진보 단체에서 활동했던 김모 씨(33·직장인)는 “정치권이 탄핵 절차를 제대로 이끌 것이라는 기대가 없다”며 “오히려 탄핵 정국에서 박 대통령이 불리한 정국을 뒤집기라도 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무원 A 씨(32)는 “탄핵이나 거국 중립 내각 같은 상황이 되면 모든 사안마다 권한과 자격을 놓고 분란이 일어날 것”이라며 “차라리 대통령이 빨리 하야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범 kaki@donga.com·홍정수·정동연 기자
#박근혜#하야#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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