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이희호 여사 예방 “DJ 너무 존경했다” 허리 90도 굽혀 인사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9월 6일 20시 09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이희호 여사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5층 접견실에서 환담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이희호 여사가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 5층 접견실에서 환담을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 대표는 6일 동교동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휠체어에 탄 이 여사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며 "제가 정말 너무 존경하고 어렸을때부터 많은걸 배우고 자랐다"고 말했다.

이 여사는 "남편 추도식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로 화답했고, 이 대표는 "제가 정치로 보면 대통령님의 손주세대 정도 될까요?"라고 말했다.

이 후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나서 이 여사는 이 대표에게 국정 현안 3가지를 공개 당부했다.

이 여사는 "최근 남북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며 "남과 북 양쪽이 서로 양보하며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돌아가신 대통령께서 평생을 두고 남북 화해와 평화에 대해 일관되게 말씀해오셨다"면서 "그렇게 해서 남북관계가 많이 개선 돼 국민들이 대통령 생전에 꿈에 그리던 금강산도 관광하는 등 남북관계에 좋은 업적들을 남겨주셔서 정치하는 후배들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이 여사는 이어 "나라 경제가 대단히 좋지 않다"며 "특히 청년들이 일자리가 없어 고통이 심하다는데 여야가 합심해 모든 국민에게 따뜻한 온기가 고루 퍼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청년실업난 등 갈수록 커지고 있는 양극화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 대표는 이에 "우리 (김대중) 대통령께서 IMF 뒤에 취임하셨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고 청년들도 일반 가장들도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그때 (김 전 대통령께서) 높은 지도력을 발휘해 그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고 빠른 시일내에 IMF를 이겨냈다"고 김 전 대통령의 치적을 평가했다.

그는 "저희들이 당시 야당이었는데 야당을 처음 해 본 초보 야당이라 무조건 반대만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인 줄 알고 그 당시에 그 힘들고 어려울때 얼마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려우셨을까 생각됐다"면서 "그래서 어제 당 대표 연설 할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야당으로서 잘 못도와드린 걸 사과드린다고 공식적으로 연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이처럼 김 전 대통령의 치적을 평가하며 애써 화제를 돌려보려 했지만 이 여사의 거침없는 국정 당부는 계속됐다.

이 여사의 세번째 국정 당부는 새누리당이 연장을 거부하고 있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활동 연장 문제였다.

이 여사는 "세월호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비극은 정말 되풀이 되지 않도록 했으면 한다. 대표님께서 이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우회적으로 세월호 특조위 활동 연장을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에 "여사님께 여러가지로 많은 걱정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숙이면서도, "세월호는 제가 봤을 때 여러가지로 복합적이고 아주 많은 것이 잘못된 과정을 거쳐 생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어떻게 그런 배가 운영될 수 있었으며, 그게 어떻게 그런 식으로 속여서 차량이나 이런 걸 탑승가능했고 운행한 사람들의 평상시 관리도 그렇고 정말 어떤 안전사고, 어떻게 보면 문제점의 백화점이라고 할 정도로 그렇게 많이 복합 돼 있는 것 같다. 그런 부분 하나하나를 챙겨서 앞으로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권이 정말 정신을 차리겠다"고 했다.

한편 20여분간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이 여사는 "영호남도 화합해야한다"며 "영호남이 이렇게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표는 이 여사에게 예방 선물로 과일바구니를 전달했고, 이 여사는 이 대표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 자서전과 난(蘭)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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