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철, 김원홍과의 권력싸움서 밀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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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공작 업무 뺏어오려다 실패
이권 싸고 김정은 측근끼리 충돌… 김영철, 패배후 ‘혁명화 교육’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최근 한 달 동안 지방에서 혁명화 교육을 받은 이유는 국가안전보위부가 갖고 있던 대남업무를 뺏어 오려다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대북 소식통이 5일 밝혔다. 김정은 체제를 지탱하는 핵심 실세인 김영철과 김원홍 보위부장이 막대한 이권이 걸린 대남업무를 둘러싸고 ‘공신 간 혈투’를 벌인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1월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된 김영철은 5월 열린 노동당 7차 대회에서 통전부 산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를 국가기구로 승격시켰다. 이어 보위부의 대남공작권을 차지하려 했지만 김정은의 신임이 큰 김원홍에게 밀렸다.

이 싸움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김영철을 한 달 동안 형식적 ‘혁명화’를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고 한다. 김정은이 김원홍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통일부는 지난달 31일 김영철이 ‘고압적인 자세와 통전부 확대 추구의 과정에서 권한 남용’으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 사이 혁명화 과정을 거쳤다고 발표했다.

둘의 암투는 대남 담당 기관에 걸려 있는 엄청난 이권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남공작을 주도하던 노동당 작전부의 경우 대남공작망 구축을 명분으로 외국에 최정예 요원들과 위장회사를 파견한 뒤 마약과 위조달러 등을 유통시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보위부는 원래 대남공작 권한이 없지만 2000년대 말부터 ‘탈북자 방지 및 공작’을 명분으로 해외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 노동당 직속 대남공작기관에서 인민군 정찰총국 부속 기관으로 넘어가 불만이 컸던 ‘대외연락부’ ‘노동당 35실’ 출신 핵심 실세들을 끌어와 보위부 내에 대남사업국과 사이버국을 신설하고 세를 확장했다.

최근 몇 달간 북한의 대남 공세에서 나타났던 불협화음도 통전부와 보위부가 대남공작 주도권을 둘러싸고 이전투구를 벌인 결과로 추정된다. 통전부는 난수방송 재개와 ‘8·15 광복절 기념 통일대회합’ 공세로 공작 능력과 대규모 남북 이벤트 성사 능력을 보여주려 한 반면 보위부는 7월 중순 납치한 탈북자 고현철 씨 기자회견 등으로 공작 정치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싸움에선 김원홍이 이겼지만 최근 보위부 내분이 커지면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최근 대북제재로 돈줄이 마르자 보위부의 각 계파가 서로 상대가 보호해주던 돈줄을 건드리는 살벌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김영철#김원홍#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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