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23일 오전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김희옥 위원장이 먼저 말문을 열고 유감을 표명했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어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탈당한 무소속 의원들의 일괄 복당 논란이 사무총장 퇴진 문제로 번져 일주일 동안 이어졌던 당내 분란은 이렇게 순식간에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날 회의를 지켜본 한 당직자는 “계파를 청산하고 당을 혁신하라고 만들어 놓은 혁신비대위가 꼴이 말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권 총장은 회의 직후 김선동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에게 서운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권 총장이 먼저 김 실장에게 “(위원장을) 그렇게 모시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김 실장은 “그렇게 말하는 게 서운한 표현”이라고 바로 맞받아쳤다는 것이다.
표면적으로 사태가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일괄 복당 결정, 김 위원장의 당무 거부와 복귀, 권 총장 사퇴에 이르기까지 지난 일주일 동안 새누리당은 ‘불신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비박(비박근혜)계 김용태 의원은 김 위원장의 권 총장 사퇴 요구에 대해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권 총장 사퇴 이후에도 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위원장이 지금이라도 계파에 휘둘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그 출발점은 후임 사무총장 인선이다. 총장이 사퇴한 만큼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총장 사퇴가 관철될 경우 동반 사퇴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김영우 비대위원은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경질 발표는 문제가 있다”며 “비대위,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의 대처를 고민할 상황”이라고 거듭 불만을 내비쳤다.
친박(친박근혜)계가 애초 정진석 원내대표 책임론을 제기했다가 8월 9일 전당대회를 의식해 권 총장 사퇴로 수위를 조절했고, 김 위원장이 19일 비대위 복귀를 선언하면서 사무총장 사퇴를 요구해 문제를 키운 측면도 있다.
당내에는 이번 사태가 김 위원장의 원칙 없는 리더십과 계파 간 감정싸움이 뒤섞여 벌어졌다고 보고 있다. 당 안팎의 비판을 의식한 비대위는 전당대회 전까지 혁신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공천제도 개선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계파 청산도 제대로 못 한 비대위에 ‘혁신 동력’이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당 안팎에선 “계파 청산 선언문은 뭐 하러 낭독했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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