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호남이 지지 거두면 정계 은퇴-대선 불출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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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4]마지막 주말 총력전
光州 찾아 ‘호남 달래기’ 배수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8일 ‘야권의 심장’인 광주를 찾아 “(호남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두시겠다면 미련 없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며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지 철회의 기준에 대해선 말을 아꼈지만 이번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호남 의석 확보 결과에 따라 정계 은퇴도 불사하겠다는 배수진을 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또 국민의당을 겨냥해 “구시대적, 분열적 정치인”이라며 ‘분열세력 심판론’을 제기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경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 ‘민주의 문’ 앞에 도착한 문 전 대표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방명록에 ‘광주정신이 이기는 역사를 만들겠습니다’라고 쓴 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당 국민통합위원장과 함께 5·18민주항쟁추모탑으로 향했다. 헌화를 한 뒤 그는 무릎을 꿇은 채 1분간 묵념을 했다.

문 전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것은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처음이다. 호남에서 참패 우려가 나오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간가량 묘역을 둘러본 문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광주 시민들께서 저에게 실망하고 질책하시는 점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민주당과 이 지역의 후보들에게까지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며 “그동안 광주를 실망시킨 그 짐은 제가 다 지겠다”고 했다. 그는 ‘광주 시민들께 드리는 글’ 발표를 통해 준비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30분경 광주 동구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준비된 원고를 읽어 내려갔다. 문 전 대표는 “저에게 덧씌워진 ‘호남 홀대’ ‘호남 차별’이라는 오해는 부디 거두어 달라”며 “그 말만큼은 제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치욕이자 아픔이고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모욕이다. 그것만은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는 시민들과의 대화 도중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국민의당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안 대표(국민의당)는 한 사람도 당선될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 자기 자신의 당선을 위해 (분당)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히 국민의당을 겨냥해 “호남을 볼모로 자신의 기득권에만 안주했던 구시대적 정치인” “호남인에게 지역 정당이란 불명예를 안기면서까지 그들만의 영달을 좇는 세력”이라며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번 호남 방문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고 있다. 김종인 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표가 진솔한 자기 신념을 광주시민에게 표출했기 때문에 광주시민들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는 호남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포용을 해주느냐에 달렸다고 본다”고 했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을 평가 절하했다.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은 전남 보성 지원 유세에서 “일회성 방문으로 말 몇 마디 한다고 해서 계파 패권주의를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책임, 야권을 분열시킨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윤장현 광주시장은 김종인 대표의 삼성전자 미래차 광주 유치 공약에 대해 “안타깝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윤 시장은 전날 시 간부회의에서 “자동차 전장사업 유치 공약이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라 해당 기업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역작용이 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사람’인 윤 시장이 더민주당에 적을 두면서도 국민의당에 힘을 실어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광주=손영일 scud2007@donga.com /차길호 기자
#호남#광주#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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