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 폭행…부동층 증가…소음 신고…‘정치 혐오’ 커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0시 00분


코멘트
수도권에 출마한 국민의당 후보 2명이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국민의당은 서울 강북을 조구성 후보가 4일 저녁 유세 중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계자들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인천 남을 안귀옥 후보는 5일 새벽 길거리에서 한 남성이 갑자기 뒤에서 밀치는 바람에 벽에 부딪쳐 입술이 찢어졌다.

더민주당 측은 “강북을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측과는 무관하다”고 부인했다. 수사 결과가 나와야 하겠으나 사실이라면 더민주당은 당 차원의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내놔야 한다. 여성인 안 후보를 폭행한 범인도 밝혀내야 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회의원 후보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정치적 자유의 침해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테러’를 자행했는지 반드시 규명돼야 할 것이다.

국민이 선거운동에 혐오감을 드러내고 투표 기피 심리가 커지는 것도 심각하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부동층이 줄어야 하는데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선 부동층이 25%로 나왔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31일부터 나흘간 전국의 유세 소음 관련 신고는 2143건으로 하루 평균 535건이다. 2014년 6·4지방선거 때 하루 211건의 2.5배나 된다. 마이크 유세와 로고송을 ‘들을 가치가 있는 이벤트’가 아니라 소음으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기분 나빠서” “정치가 싫어서” 같은 이유로 총선 벽보와 현수막을 훼손하는 ‘묻지 마 훼손’도 적지 않다. 그만큼 정치 혐오와 불신이 커졌다는 증거다.

누가 뭐래도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 선거가 폭력과 혐오를 배설하는 난장판으로 변질된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위험 신호다. 정치인과 국민 모두 선거를 반목과 대립이 아닌 갈등 해소의 축제로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
#국민의당#더불어민주당#혐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