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류길재]어떤 상황에서도 통일 태세는 유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9일 03시 00분


혼동되는 對北-통일 정책… 일관성 요구되는 통일 정책에서 실천 가능 전략이 없어
통일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학교에서 관심 저변을 넓히고, 고등교육 기반도 갖춰야… 문화로 풀어내는 노력도 중요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대북(對北)정책과 통일정책은 자주 혼동된다. 대북정책은 우리 국익에 맞게 북한의 행동을 제어 또는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통일정책은 통일을 이루는 데 주안점을 둔다. 전자가 후자의 범주 안에 포함되겠지만, 반드시 부분집합은 아니다.

대북정책은 일차적으로 북한을 대상으로 삼지만, 국제사회와의 공조같이 관련 국가를 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반면에 통일정책은 북한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삼는 것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대상으로 삼는다. 말하자면 통일정책은 통일에 대한 국민의 태세를 끊임없이 유지시켜 줘야 하는 정책을 포함한다. 이런 의미에서 통일정책은 우리가 주체이면서 동시에 객체다.

요즘처럼 위기가 고조될 때의 대북정책은 안보를 확실하게 하면서 북의 도발 억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북정책은 때론 강하게, 때론 유화적으로 나갈 수 있다. 숨고르기를 할 수도 있고, 강력하게 맞받아치는 정책을 구사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는 통일을 위한 전략에 부합하면서도 그때마다의 상황에 맞춰 국익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반면 통일정책은 지속성, 일관성,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통일은 분단의 세월만큼, 남북의 적대감과 이질성이 심화된 만큼 시간도 걸리고, 과정도 어렵다. 그만큼 우리의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 통일이 잘 보여줬지만, 통일 뒤 통합(integration)과 동화(assimilation)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반도는 전쟁을 겪지 않은 독일과 조건부터 다르다. 분단 시기 동안 쌍방이 벌인 적대적 충돌의 질과 양도 현격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다음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 우리는 과연 통일을 이루기 위한 태세를 갖추었는가. 북의 동포들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려는 의지를 벼려 왔는가. 통일을 통해 구현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해 왔는가. 통일로 가는 전략적 로드맵이나 원칙에 공감대가 있는가. 통일에 필요한 우리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 왔는가.

어떤 질문도 긍정적인 답을 얻지 못한다. 현실은 오히려 통일정책 자체가 정쟁과 갈등을 촉발시키며, 목표는 장밋빛 미래로 분식(粉飾)되어 있고, 현실에서 실천 가능한 전략은 부재하다. 무엇보다 통일 역량에 대한 무관심은 지구 유일 분단국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에 걸맞지 않다. 대통령의 통일 대박 담론으로 잠시 관심을 끄는 듯했지만, 금세 식어버린다.

통일 준비는 통일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첫째, 통일에 대한 관심의 사회적 저변을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초중고교의 통일교육 강화가 시급하다. 대다수 학교에서 통일교육은 연간 5, 6시간만 할당된다. 교사들 역시 통일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세대이다. 지금처럼 형식적인 수박 겉핥기 식, 입시에 외면당하는 교과과정이라면 희망이 없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협업으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안 된다. 정쟁이 개입되고, 학부모들의 무관심과 입시 위주 정서가 작용한다. 무엇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인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통일 문제에 대한 심층 연구 및 고등교육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대학 사회는 통일문제 연구를 게을리해 오진 않았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도 못한다. 대학 내 이 분야를 전공으로 하는 교수는 몇 안 된다. 큰 대학들에서조차 전공 교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학원에서 학문 후속세대를 키워낼 수가 없다. 우리 자신의 문제인데도 그렇다. 더구나 최근에는 북한 공부 해봐야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로 대학원생 구하기도 어렵다.

셋째, 통일을 문화적으로 풀어내는 노력이 요청된다. 통일에 대해 우리 사회는 늘 어렵고, 딱딱한 말로 접근한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통일 얘기만 나오면 외면한다. 특히 나이 든 세대의 분단과 전쟁에 얽힌 얘기들은 너무나 진부하다. 하지만 젊은이들 가운데 통일의 비원을 노래나 무용, 미술이나 연극, 코미디로 풀어내고자 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다. 이런 움직임을 키워야 한다. 통일을 거창하고, 웅대하고, 추상적인 데서 우리 생활에서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소재로 끌어내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은 어느 때건 계속돼야 한다.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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