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뒤 생존 위기감에… 친노-운동권 막판 ‘김종인 흔들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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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22]더민주 비례공천 충돌

“(내가) 자기들 정체성에 안 맞다 이거야. 그게 핵심인데 왜 자꾸 딴소리해서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고 그래!”

비례대표 ‘셀프 공천’ 논란으로 코너에 몰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신의 ‘비례대표 2번’ 배정에 대한 반발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본질은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총선 이후 당내 주도권을 둘러싼 불신과 견제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우클릭’과 ‘총선 이후’에 대한 반발

김 대표가 주도한 이번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그간 더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다. 친노(친노무현) 진영이 주도했던 19대 비례대표에는 운동권과 친노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 하지만 이번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당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전문가 집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당 주류이던 친노·86그룹 인사들은 “당의 정체성이 사라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시대정신을 상징하는 후보가 배정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반면 김 대표는 “소외계층을 비례대표에 한 명 넣으면 (유권자들이) ‘당이 소외계층을 잘해 줬다’라고 생각하느냐”며 “평소 전혀 그와 관계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갈등은 총선 이후의 당 역학구도와도 연관이 있다. 19대 비례대표 의원들은 친노·86그룹이 당의 주류가 되는 기반이 됐다. 또 지역구 공천에서 김 대표의 ‘칼’로 인해 쓴맛을 본 이들은 비례대표만큼은 내줄 수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이번 비례대표만큼은 당의 체질을 바꿀 수 있는 인물들로 채워야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뿌리 깊은 ‘상호 불신’도 갈등을 촉발시킨 요인이다. 김 대표는 이날 “올 것이 왔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건 예측을 했다”며 “지금까지 잘 참고 견뎌주나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했다. 기존 당 주류 세력에 대한 믿음이 애초부터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자신이 ‘비례대표에 관심이 없다’는 말을 뒤집은 이유에 대해 “수권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러려면 의원직을 갖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 세력은 “‘친김종인’ 세력을 구축해 총선 이후 당을 장악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날 중앙위에서 공개된 김 대표 몫의 전략 비례 후보 7명은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 양쪽 모두 ‘사퇴는 공멸’ 부담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지만 당내에는 “김 대표의 사퇴는 정말 파국”이라는 공감대가 있다. 특히 후보 등록(24, 25일)이 사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사퇴할 경우 당은 일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 대표도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을 막다른 골목까지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당의 ‘구원투수’로 김 대표를 영입했던 문재인 전 대표도 상당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일부 비대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 대표를 설득해 상황을 수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배우 문성근 씨는 이날 트위터에서 “(김 대표는) 탈당하라”고 했다가 몇 시간 뒤 돌연 “김 대표의 비례 2번(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김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사퇴 요구보다는) 김 대표를 흔들어보자는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비대위가 중재안을 만들며 ‘반기’를 든 것도 “김 대표가 사퇴하진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의 ‘비례대표 2번’에 대한 호남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우경임 기자
#총선#김종인#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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