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취업절벽’ 내몰리는데… 총선에 휘둘리는 고용대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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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률 사상최악]
정부는 발표 미적… 국회는 입법 발목

일자리 찾는 대학생들 15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서강대 베르크만스 우정원에 마련된 삼성그룹 
채용상담실에서 학생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가운데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일자리 찾는 대학생들 15일 서울 마포구 백범로 서강대 베르크만스 우정원에 마련된 삼성그룹 채용상담실에서 학생들이 취업상담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1∼6월) 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시작한 가운데 2월 청년실업률은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 16일 서울의 한 사립대 취업지원센터. 상반기(1∼6월) 대기업 공채가 시작되면서 취업 상담을 받으려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봄이 왔지만 취업 한파에 학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센터 관계자는 “상담사 3명이 상주하면서 하루에 8명씩 심층 상담을 하는데, 이달은 예약이 꽉 찼다”고 말했다.

#2.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자동차나 선박 부품용 도금을 하는 업체 51곳이 모여 있는 곳이다. 일이 고되어 외국인 근로자도 기피할 정도여서 단지 내 도금업체들은 사람을 구하는 데 늘 애를 먹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구인난도 옛말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다. 녹산 도금사업협동조합의 신영도 전무는 “경기 침체로 물량이 대폭 줄어 기존 인력 유지도 버거운 상태”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청년 ‘고용절벽’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고 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지만 이를 이끌어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 등은 국회에 발목을 잡혀 있다.

○ 청년 ‘고용절벽’에 내몰리다


대학 캠퍼스에는 취업을 하지 못해 졸업을 유예한 ‘가짜 대학생’이 넘쳐나고 있다. 서울 소재 S대 학생 박모 씨(31)는 이미 4년 전 학부과정을 수료했지만 졸업을 미루고 취업 준비에 매달리고 있다. 경제학을 전공해 금융회사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채용 규모가 줄어든 데다 경쟁률은 높아져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다. 어느덧 30대 ‘장수 취업준비생’이 된 그는 “눈치가 보여 3년째 명절에도 고향인 포항에 내려가지 못했는데 올해 추석에는 꼭 취직 소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채용시장도 녹록하지 않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들은 올해 채용 규모를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소폭 늘리기로 했지만 경영여건 변화에 따라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소기업의 취업문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협력센터가 최근 채용포털 ‘사람인’과 공동으로 임직원 1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 411곳 중 “채용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294곳(71.5%)에 그쳤다.

○ 정부 대책 발표 시기 눈치 보기

당초 정부는 21일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놓기로 했었다. 이 대책에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구직 청년에게 직접 주는 보조금을 늘리고, 청년을 더 많이 뽑거나 임금 등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가 운영 중인 취업 프로그램(취업성공 패키지)에 참여하는 청년에게 월 수십만 원의 구직수당을 최대 6개월까지 지급하고, 면접경비 등 취업 비용까지 지원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부 계획이 사전에 일부 알려지자 ‘총선용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정부는 대책 발표를 4월 말로 미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은 일자리정책 평가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인 이유다. 하지만 포퓰리즘 논란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정부가 시기를 늦춘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총선 전에 설익은 정책을 내놨다가 ‘역풍’을 맞기보다는 총선 이후에 대책을 내놓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김창덕 기자
#취업절벽#청년실업#노동개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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