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지 않다는 비판 수용” 반성문 쓴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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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창당 한 달… 존재감 고심

“도와주십시오. 지켜봐 주십시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최근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지난달 2일 창당할 때만 해도 국민적 기대와 관심을 받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 존재감이 많이 약해졌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제3정당’을 표방했으나 이 역시도 아직은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 사이 20%를 오르내리던 당 지지율은 8%까지 추락했다. 창당 한 달을 맞은 1일 그가 반성문을 쓰고 다시 한번 국민 지지를 호소한 이유다.

안 대표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분들이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제발 좀 잘하라’고 질책한다”며 “새로운 모습을 약속드렸는데, 새롭지 않다는 비판 앞에 너무 아프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대표는 사당화(私黨化) 논란이 불거졌던 1월 말에도 “우리는 지금 16석에 불과하다”며 “저희는 창당준비위원회 단계로 아직 제대로 된 정당의 모습은 갖추지 못했다”고 했다.

안 대표가 이날도 “수십 년 묵은 기성 정당의 수백분의 1의 인력과 자원밖에 없어도 더 나은 정당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며 다시 한번 국민을 향해 읍소한 건 당이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안 대표는 최근 “양당을 다 비판하면 양비론이라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면 ‘새누리당 2중대’라 하고, 새누리당을 비판하면 ‘더민주당에서 왜 나왔느냐’고 한다”고 했다. 또 “기존 정치인을 영입하면 구태 정치인을 데려왔다고 하고 안 데려오면 ‘어쩌면 그렇게 사람 못 모으냐’고 한다. (당직 등을) 나누면 ‘리더십이 없다’고 하고 리더십을 가지고 끌고 가면 사당화라고 한다”는 말도 했다. 교섭단체 구성 무산, 사당화 논란, 내부 갈등 등에 대한 고민과 억울함이 압축된 발언이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제3정당의 길이 우리 정치 현실에선 결코 녹록지 않음에서 오는 답답함도 담겨 있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창당 전 1월에 부각된 사당화 논란에 대해 안 대표가 가장 가슴 아파했다”며 “정작 사당화 논란을 제기했던 현역 의원 그룹도 총선을 위해 안 대표에게 대표직을 맡긴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한길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의 갈등설도 그를 힘들게 한 대목이다. 안 대표 측은 “그간 논란이 많았지만 결국 해 달라는 대로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사당화 논란이 실체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거듭된 ‘읍소’에 대해 “제3정당의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살려 달라는 얘기만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 대표는 이날 “이제부터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국민의 소리를 듣겠다”며 “어디라도 가겠다. 누구라도 만나겠다. 언제라도 가겠다. 무슨 말이라도 듣겠다. 아픔과 고통을 함께 느끼겠다”고 했다. 당의 성패가 국민의 지지에 있다는 점에서 ‘국민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당 관계자는 “안 대표가 탈당하기 이전 평균 지지율이 8%였다”며 “애초 시작이 국민이었던 것처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 답을 찾고자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부터 트위터 동영상 앱 ‘페리스코프’에 민생탐방 결과를 매일 올리기 시작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국민의당#안철수#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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