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아태차관보 “사드, 외교적 협상카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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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2월 27일 10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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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는 외교적 협상칩(bargaining chip·협상카드)이 아니다.”

방한 중인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26일 중국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행 중인 안보리의 외교적 트랙과 사드 배치 문제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사드는 외교관들이 논의에서 사용하는 지렛대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러셀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김홍균 외교부 차관보를 면담하고, 이어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임성남 1차관을 예방하고 청사를 떠나는 길이었다.

그는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한국 국민, 그리고 한국에 있는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시스템이라고 재차 밝혔다.

러셀 차관보는 "사드 논의 시기, 의사 결정과 관련된 조치들은 외교관들이 아닌 군(軍)에 있는 동료와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행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때문에 중국을 의식해 한미가 사드 배치 문제를 유연하게 가는 게 아니냐는 세간의 관측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부도 이날 보도자료에서 "양측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방어적 차원에서 검토되는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 문제와,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은 별개의 문제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또한 러셀 차관보는 북미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의 입장 변화는 없다"며 "비핵화는 우리의 '우선순위 1번'"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지한 조치를 시작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상의 국제 의무와 2005년 9·19 공동성명 상 스스로 한 공약을 준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당연히 9·19 공동성명에 제시된 보다 넓은 범위의 이슈와 관련한 진전의 문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9·19 공동성명은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할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선(先) 비핵화 협상'이라는 기존 미국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북한과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여지를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러셀 차관보는 27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안보리 결의 이후 북한 문제 대응 방안을 놓고 중국 측과 추가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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