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의원의 난데없는 ‘대선 불복’… 靑 “국민에 대한 모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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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대선개표 조작’ 주장 파문

여권은 14일 야당의 ‘대선 개표 결과 조작’ 의혹에 총공세를 퍼부었다. ‘역사전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여권이 ‘대선 불복’이란 인화성 높은 이슈를 전면에 내세워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야당 의원의 ‘돌출발언’으로 여권은 가만히 앉아 호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사진)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투표 진행시간 등 개표가 불가능한 시간에 개표가 이뤄졌고 △개표 결과를 공표하기 전에 개표 결과가 언론사에 제공된 점 등을 들어 ‘개표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스탈린은 ‘개표는 권력자가 한다’고 말했다”며 “소련 독재자가 말한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선거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 대통령은 정통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표 결과가 조작됐다는 강 의원의 주장은 대선 기간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과는 차원이 다른 ‘대선 불복’이다. 2012년 대선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하야를 촉발한 1960년 3·15 부정선거와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인 셈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발언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즉각 반박했다. 개표가 불가능한 시간에 개표가 이뤄졌다는 주장에 대해 “투표지 분류기 제어용 PC 시간이 현재 시간으로 설정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개표 결과가 사전에 언론사에 제공됐다는 주장 등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개표 당일 정치 성향이 다른 공무원과 교사, 일반 국민 등 6만여 명이 직접 개표했고, 정당과 후보자가 추천한 참관인 4536명이 개표 과정을 감시했다”며 “당시 이의 제기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강 의원의 발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 중인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은 현지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명예훼손이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기대 국익을 손상시킨 것으로 국회의원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강 의원은 즉시 사과하고 당 차원에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선거(내년 4월 총선)를 앞두고 허위사실로 국민 분열을 책동한 중대 범죄”라며 강 의원의 의원직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또 “강 의원의 사퇴와 출당 조치 전까지 국회 운영위를 열지 않겠다”고도 했다. 강 의원은 새정치연합 원내부대표로 운영위원이다. 새누리당은 15일경 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회부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은) 당의 입장이 아니라 (강 의원)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오히려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와 책임져야 할 사람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라고 역공을 폈다. 이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문 대표가 청와대에서 근무할 때 문 대표의 아들이 청와대 일반직 5급에 특혜 채용됐다”고 주장했다.

국정의 블랙홀이 돼 버린 역사 교과서 정국이 ‘강동원 돌발 변수’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우경임 기자
#대선개표#조작#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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