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에 칼 겨눈 靑… ‘제2의 유승민’으로 번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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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공천룰 전쟁] 당청 충돌 3개월만에 재연
비박 지도부 협상 제동 닮은꼴… 金대표 강제퇴진 가능성은 낮아

청와대가 공천 방식을 두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공개 경고장’을 보내면서 공천 갈등이 김 대표의 거취 문제로까지 번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사달의 흐름은 6, 7월 벌어진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야 간 협상 결과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가 반발하고 청와대가 쐐기를 박는 수순이 ‘데자뷔(기시감)’가 느껴질 정도로 유사하다. 유승민 사태 때처럼 당청 간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당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의 행정입법권을 침해하느냐를 두고 유 전 원내대표 측은 “강제성이 없어 위헌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해 위헌 소지가 크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 대표가 잠정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두고도 김 대표는 “휴대전화를 활용한 변형된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청와대는 “결국 여론조사 공천”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협상의 절차와 과정을 문제 삼은 점도 같다. 국회법 개정안 당시 박 대통령은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여야가 주고받기 식으로 서둘러 진행할 사안이 아니었다”며 ‘졸속 처리’를 문제 삼았다. ‘안심번호 공천’을 놓고도 청와대와 친박계는 여야 대표가 대통령 해외 방문 중 갑작스럽게 공천 방안을 협의한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려는 청와대와 청와대의 입김을 막으려는 김 대표 사이에 피할 수 없는 ‘빅뱅(대폭발)’의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처럼 당장 ‘강제 퇴진’을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분열은 친박이나 김 대표 모두에게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공천 방식을 정할 당내 기구 구성에 들어가면 양 진영이 서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세 대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천을 둘러싼 2차, 3차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 친박계의 핵심인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당에 복귀할 연말을 앞두고 양 진영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김무성#당청#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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