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계속” 손짓한 朴대통령, 곧바로 ‘대화 門’ 걷어찬 북한

  • 동아일보

[朴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이산상봉 정례화 등 제안했지만 ‘숙청’ 언급에 北 “대가 치를것” 거부

‘남북 대화에 문이 열려 있는 대북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보낸 메시지를 압축한 내용이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계속한다는 것.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남북 협력으로 인도적 현안인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하루 만인 16일 박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거칠게 비난한 뒤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부의 제안을 대놓고 거절한 것이다. 당분간 남북 대화를 재개할 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남한 이산가족 6만여 명 명단을 북한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과 금강산면회소를 이용한 상봉 상시화·정례화를 공식 제안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매듭짓는 문제 등의 포괄적 해결이 가능하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17일 이산가족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만6292명을 대상으로 북한에 보낼 명단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설치 △한반도 자연재해와 안전 문제 협력 △남북 간 보건·의료 협력 체계 구축 △민간 문화 체육 교류를 통한 동질성 회복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DMZ 지뢰 도발로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치에 대한 정면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이 변화와 협력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17∼28일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북측이 광복절 메시지에 호응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

북한은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로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강하게 비난하며 이산가족 문제 등 대북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히 ‘숙청’ ‘도발’ 등을 언급한 박 대통령에 대해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우리(북)의 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무엄한 험담질을 거리낌 없이 해댄 것은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정치적 도발이며 대결선언, 전쟁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렴치한 궤변’ ‘역겨운 행태’ ‘대결정신병자의 비명’ 등 과격한 표현과 함께 욕설까지 동원했다.

대변인은 이어 “북남관계를 극단적인 지경에로 몰아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지금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이니, 철도와 도로 연결이니, ‘이산가족 상봉’이니 하는 것을 들고 나온 것은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기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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