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독립운동가 백범의 손자가 방산비리 로비했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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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자신의 주소지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법인 명의로 해외 방산업체와 고문 계약을 맺은 정황이 그제 검찰에 포착됐다. 김 전 처장은 차세대 해상작전헬기로 ‘와일드캣(AW-159)’이 선정되도록 힘을 써준 대가로 제작사 아구스타웨스트랜드(AW)로부터 14억 원의 고문료를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있다. 그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날은 공교롭게도 지난달 26일 백범 66주기 추도식이 열린 날이었다. 백범의 손자가 뒤탈을 염려해 페이퍼컴퍼니까지 세워 방산비리에 연루된 것을 백범이 안다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해군이 북한 잠수함 등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도입한 와일드캣이 성능이라도 뛰어나면 또 모른다. 와일드캣 시험평가 서류를 2012년 조작한 혐의로 해군 소장 등 8명이 구속된 상태다. 김 전 처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백범의 손자가 우리 군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방산비리와 연관된 것 자체가 국민에게는 충격적이다. 그는 ‘독립운동가의 자손은 어렵게 산다’는 일반적 통념과 달리 미국 유학을 다녀와 임시정부 무대였던 중국 상하이의 총영사까지 지냈다. 역대 정부가 백범의 국가적 기여를 잊지 않고 후손들에게 공직을 배려한 점을 거꾸로 이용했다면 배은망덕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1월 방위사업비리합동수사단이 출범한 이래 독립운동가의 손자까지 연루된 방산비리 규모가 모두 9809억 원이다. 최근 합수단의 중간발표에 따르면 해군이 8402억 원으로 가장 많고, 전현직 장성급 10명과 영관급 27명을 포함해 모두 63명이 기소됐다. 이런 비리를 감시해야 할 기무사 요원이 오히려 기밀을 무기중개상에 넘긴 일도 드러났다. 방산비리를 뿌리 뽑지 않으면 유사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내주는 사태를 막을 수 없다.
#백범 김구#방산비리#와일드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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