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光州 자주 못가는 심정 아시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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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위상 위협한다고 볼라” 朴 뼈있는 농담에 文대표 “하하하”
이종걸, 추경간담회 강기정 안불러… 姜 “개최 사실도 몰랐다” 분통

“저도 광주에 가고 싶은데 자주 못 가는 심정 아시죠? 형을 형이라 못 부르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4일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주최한 경제정책심화과정에 강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광주시당위원장인 박혜자 의원이 “서울이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한다. 지방과 연계된 사업을 하면 좋겠다”고 하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박 시장의 발언은 농담이었지만 문재인 대표를 의식해 광주행을 자제하고 있다는 의미로 들렸다. 두 사람은 차기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미묘한 경쟁을 하는 사이다. 마침 옆자리에 앉아 있던 문 대표는 박 시장의 발언이 나오자 크게 웃었다.

박 의원은 “서울이 경쟁력을 이용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되면 존중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도농이 상생해야 하지만 (지방 교류 등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하고 있다”며 “그렇게 (교류를 더 확대)하면 당장 언론에서 제가 문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위협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갈등 전선은 또 있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추가경정예산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었지만 당의 예산·정책을 총괄하는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없었다. 야당의 추경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강 의장이 빠진 건 처음이다.

강 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추경 기자간담회 개최 사실을) 몰랐다”며 “추경(관련)이면 날 불렀어야지 왜 안 불렀는지…”라고 당혹스러워했다. 이 원내대표 측이 기자간담회 개최 사실을 강 의장에게 전달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문 대표가 임명한 강 의장에 대해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유임을,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노 진영인 이 원내대표가 강 의장의 교체를 요구하는 ‘위력 시위’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와 강 의장은 9일에도 메르스 관련 의료기관 피해 지원액을 놓고 고성이 오가는 설전을 벌였다. 강 의장은 2000억 원을, 이 원내대표는 1조 원 수준을 주장한 끝에 지원액은 3000억 원 수준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에서 “병원 지원 예산을 5000억∼6000억 원 규모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의료원을 제외하면 2000억 원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강 의장의 의견을 배제하고 증액을 결정한 것이다. 한 당직자는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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