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기득권 안주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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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聯 내분 격화]
연이틀 非盧진영에 강공

《 새정치민주연합이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정면충돌로 치닫고 있다. 친노의 중심인 문재인 대표가 비노 진영을 “공천 나눠 먹기에 집착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몰아붙이자 비노 진영은 “사실상 선전포고”라고 받아쳤다. 상황은 물러서는 쪽이 패배하는 ‘치킨게임’ 형국으로 접어들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는 15일 계파를 아우르는 혁신기구를 구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기서 공천 문제를 포함한 쇄신안을 마련해 수습을 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 대표에 대한 신뢰를 접은 비노 진영이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공천 지분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당내 갈등이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  
심각한 지도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이종걸 원내대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심각한 지도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왼쪽)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를 진행하던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오른쪽은 이종걸 원내대표.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기득권에 안주해선 당의 희망도 미래도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15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날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성명을 낸 뒤 당내 계파 갈등을 다시 거론했다. 사실상 ‘비노 측과의 전면전’을 선언한 셈이다.

○ 비노 향한 선전포고

친노(친노무현) 진영은 비노 진영과의 일전을 불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 패권주의’를 비판하며 문 대표를 압박했던 비노 수장인 김한길 의원이 친노를 자극했다고 한다. 친노 핵심 당직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의원은 11일 문 대표를 향해 ‘친노 수장으로 남을 것인가’라며 노골적으로 공격했다. 우리가 가만히 얻어맞지는 않을 것”이라고 별렀다. 한 친노 인사는 “문 대표의 성명은 일종의 ‘대국민 메시지’”라며 “앞으로 ‘비노 패권주의’를 알리는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친노 외곽 인사들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했던 김용민 씨는 14일 트위터에 “(‘막말 논란’에 휩싸인) 정청래 최고위원에게 1년 당원권 정지 조치를 내린다면 (제20대 총선이 열리는) 2016년 4월까지 공천을 원천적으로 줄 수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비노 진영을 비난했다. 유시민 전 의원도 11일 한 팟캐스트에서 ‘문재인 책임론’을 주장하며 사퇴한 주승용 최고위원에 대해 “총선 공천권 행사 때 호남은 자기와 상의하라는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초계파 혁신기구’ 구성키로

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당 쇄신안을 만들기 위한 ‘초계파 혁신기구’를 구성해 공천 혁신 문제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공천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기구에 참가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혁신기구는 이미 당 전략팀에서 4·29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논의됐으나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흐지부지됐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광주 방문을 앞두고 급하게 내놓은 ‘면피용’ 쇄신안”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17일 시민단체 주최로 광주에서 열리는 5·18 전야제에 참석한 뒤 18일 정부 기념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금지한 정부 행사와 이에 반발한 시민단체의 기념행사 가운데 어떤 곳에 참석할지 고민하다 절충안을 낸 것이다.

○ 성명서 작성자? 문 대표? 측근?


한편 계파 갈등을 부른 성명서를 누가 작성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 대표는 14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내가 초안을 작성했다. (측근인) 노영민 전해철 의원도 모른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13일 비노가 주축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과의 오찬 이후 측근 의원들과 만나 “비노의 공천 지분 요구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렇게 정치해서야 되겠느냐”고 분노했다고 한다. 그 후 문 대표는 성명서 초안을 작성했고 14일 오전 실무자들이 문서화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노 진영은 문 대표 측근이 성명서 작성에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대표의 핵심 측근인 노, 전 의원과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 등이 작성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지원 의원도 채널A에 출연해 “누군가 그러한 글을 써서 문 대표에게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수렁에 빠진 당을 구출해야 할 때 당 대표가 갈등을 심화시키는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했다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문재인#새정치민주연합#기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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