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대법관 “사회갈등 통합, 대법관 책무 절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100일만에 인준 받은 박상옥 대법관
“개인적으론 힘든 시간이었지만 사회적 약자에 소홀 말자고 다짐”
7일 정식 임명장 받고 취임… 34개월만에 검찰출신 대법관으로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59·사진) 임명동의안이 국회의장 직권상정과 여당 단독 투표를 거친 끝에 국회 제출 100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2월 17일 신영철 대법관 퇴임 이후 시작된 대법관 공백 사태는 78일 만에 끝을 맺게 됐다. 박 후보자는 7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정식 임명장을 받고 대법관에 취임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6일 국회 본회의에 박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하는 강수를 택했다. 박 후보자가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를 치르고도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경력을 문제 삼은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임명동의안 처리가 계속 지연되자 택한 고육지책이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정의당이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한 가운데 새누리당 의원 158명이 단독 표결로 찬성 151표, 반대 6표, 무효 1표로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박 후보자는 이날 본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심경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고 임명동의안이 직권상정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인 데다 아직 정식 임명된 게 아니어서 더 조심스러워하는 듯했다. 박 후보자는 자신의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표출된 다양한 견해를 보며 국민이 대법관에게 기대하는 책무가 무겁다는 걸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론 힘든 시간이었지만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 소홀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수사 경력이 이토록 논란이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고 한다. 2006년 사법연수원 부원장 시절 특강을 하면서 후배들에게 “내가 검사로서 수사한 사건이 우리 역사에서 민주화의 큰 방향을 만들었다. 여러분도 나중에 그런 역할을 하라”고 말할 정도로 당시 사건 수사에 참여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박 후보자는 대법관 후보 지명 이후 일각에서 수사 경력 ‘은폐’ 의혹을 제기하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민주화를 가져온 상징적 사건에 대해 평가와 견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직접 체험했다”며 “앞으로 사회 각계의 갈등을 통합하는 대법관 직무를 수행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2012년 7월 퇴임한 안대희 대법관 이후 2년 10개월여 만에 검찰 출신 대법관이 된다. 안 대법관 이후 지명된 검찰 출신 대법관 후보자들이 번번이 낙마하는 바람에 판사 출신으로 대법관이 채워졌다. 박 후보자는 서울북부지검장을 지낸 검찰 출신이고 변호사 생활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도 지냈다. 박 후보자는 “판사 출신 대법관과 차별화되는 경험을 살려 기존 대법관과는 다른 식견으로 사회 갈등 해결에 다양성을 구현해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으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아직 정식 임명된 게 아니라 조심스럽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후 줄곧 몸을 낮춰온 그였다. 고급 식당에 가지 않고 가급적 외출도 자제했다. 외출은 가족들과 함께 등산을 하거나 가까운 지인을 가끔 만나는 게 전부였다. 그는 청문회에서 공언한 대로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공익활동에만 매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후보자는 “대법관을 지내며 쌓은 경륜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제도와 문화가 형성돼 국민에게 받은 과분한 은혜를 돌려드릴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박상옥#대법관#임명동의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