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두대 올린다던 수도권 규제, 지방 반발에 말도 안꺼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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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규제개혁장관회의]
핵심규제 해결 소극적인 정부

“일자리 달렸는데 민생법안 제자리”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여야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발언을 내놨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일자리 달렸는데 민생법안 제자리”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겸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작심한 듯 의원입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여야 정치권을 겨냥한 비판발언을 내놨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규제개혁장관회의는 규제 혁파를 위한 정부의 시도가 다양한 이해집단의 반발에 부닥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장 재계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수도권 규제 완화가 아예 논의 테이블에조차 오르지 못한 탓이다.

수도권 규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규제 단두대에 올려서 과감하게 풀자. 올해 안에 해결하겠다”며 해결 시한까지 못 박은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았지만 비수도권의 반발을 의식해 또다시 구체적인 논의를 뒤로 미룬 것으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가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준다며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의 규제 기요틴(단두대) 민관 합동회의에서 제시된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제한 완화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 입지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 기업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등 수도권 규제 완화 ‘4대 과제’가 허용되면 지방 경제가 공동화된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활동을 전방위로 펼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각 지역에선 ‘수도권 규제 완화 반대 1000만 인 서명운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태다. 이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지난달 6일 국회에서 제8차 지역균형발전협의체 정기회의에서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 지역균형발전 촉구 천만인 서명운동은 시도지사의 협력이 있어야 실현 가능하므로 적극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지방이 지역구인 국회의원들도 가세했다. 경북 구미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은 지난달 15일 대정부질문에서 “수도권 규제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건 ‘수도권정비계획법’과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을 지속적으로 완화했기 때문”이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국회에 발목을 잡혀 통과가 지연되는 규제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원격의료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의료법, 학교 주변 관광호텔 입지를 허용하는 관광진흥법, 가업상속 공제지원 대상과 규모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여야 간 이견으로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더구나 공공급식 및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대기업 진입 제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일 제도 같은 규제는 아예 논의 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정부가 여러 가지 규제완화 방안을 내놨지만 이 중 상당부분은 이미 발표되거나 추진 중인 정책을 ‘재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국민편익 향상과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을 보고하면서 ‘3대 추진목표’와 ‘11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세부 항목으로 열거된 △전자금융업 자본금 기준 완화 △보험상품 비교 및 검색, 가입이 가능한 ‘보험 슈퍼마켓’ 출범 등은 모두 신년 업무보고나 ‘정보기술(IT)·금융 융합 지원방안’에서 이미 다룬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개선 노력을 점검하고 홍보하려는 목표도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발표했다고 해서 무조건 백안시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김창덕·유재동 기자
#수도권#규제#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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