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文대표 통합행보 시늉 그쳐선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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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聯 창당 1년… 합당 주역 안철수의원 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5일 창당 1주년(26일)을 맞아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이 25일 창당 1주년(26일)을 맞아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에야 1년 전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정신을 잇고 있다.”

새정치연합 창당의 주역인 안철수 의원은 창당 1주년을 하루 앞둔 2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의원은 지난해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당 강령에 △산업화 세력 인정 △민생 △안보 중심 노선을 담았다. 문 대표는 지난달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고 ‘경제 안보’ 정당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통합 1주년을 맞아 그 당시 만든 선언문을 다시 봤다”며 “문 대표는 지금까지 선언문에 있는 ‘통합’ 행보를 따르고 있다”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제 숙제는 당의 노선을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라며 “과거의 낡은 행태로부터 단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 대표 체제에 대한 견제의 뜻을 내비친 것이다.

안 의원은 공동대표를 맡은 지 4개월 만에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그는 4·29 재·보선 4곳의 후보를 모두 경선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뼈 있는’ 한마디를 했다. “문 대표가 승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 대표는 과정을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안 의원은 지난해 7월 말 대표직에서 내려온 뒤 자신의 정치생활 2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5개월 동안 잠행하던 그는 당내에서 ‘당명 변경’ 논란이 일자 전면에 나섰다. 지난해 말 문 대표를 비롯한 당 대표 선거 후보들이 “당명을 변경하자”고 주장하자 강력히 반대 의사를 피력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안 의원은 “당명 변경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지 당명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의원이 1년 전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하자 자신의 ‘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호랑이 굴에 들어간 사슴”이라고 조롱했다. 당시 안 의원은 “막상 호랑이 굴에 들어가 보니 호랑이는 없었다”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러나 1년 뒤인 현재 모습은 통합이 아니라 “안철수가 민주당에 흡수됐다”란 평가가 적지 않다.

그에게 ‘호랑이는 없다’는 생각이 여전한지 물었다. “호랑이는 없었다. 그 대신 더 힘든 계파정치의 폐해를 경험했다.” 안 의원은 “호랑이라는 것은 당의 확실한 주인이 아니겠느냐”며 “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창당 직후 자신이 공약했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등을 접어야 했다. 당내 계파정치에 밀려서 어쩔 수 없었다는 회한이 묻어났다. 그는 “계파주의를 극복하려면 가치관과 비전이 맞는 사람이 모여야 한다”며 “개인이 희생돼도 좋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선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은 정치공학적 접근에 대한 원론적 비판이다. 하지만 문 대표로 대표되는 친노 진영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가 번득인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초청해 ‘경제 성장을 위한 복지 투자’ 좌담회를 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안 지사는 친노의 울타리를 넘어 독자 세력화를 모색 중이다. 친노 세력의 주도권을 놓고 문 대표와 경쟁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 의원이 이런 안 지사와 접촉한 것을 두고 본격적인 비주류 정치인의 행보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혜림 기자 beh@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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