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일본기자가 왜 사드를 묻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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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외교장관회의]
왕이 “서두르지 마라, 시간 많다”… 정부청사-호텔서 기자 상대 자신감
히로시마 출신 현역의원 기시다, 주걱선물-빵집방문 ‘특산품 홍보’

21일 정부서울청사에 나타난 중국과 일본 외교 수장의 대비되는 행보가 화제에 올랐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시종 자신감 넘치는 태도였다면,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다소 차분한 태도를 보였다.

왕 부장은 민감한 이슈도 에둘러가지 않는 직설적인 답변 태도를 보였다. 청사에 들어서면서 “안녕하십니까”라고 한국말로 말한 그는 사드와 AIIB 등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하자 “서두르지 마라. 만날 시간이 많다”며 여유를 보였다. 청사를 나설 때도 쏟아진 질문 가운데 유독 최근 발생한 중국-미얀마 접경지역 폭격사건에 대해 길게 답하기도 했다.

토요일 오후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개최가 지연되는 동안 3국 장관 중 유일하게 신라호텔 로비에 나와 기자들과 만난 왕 부장은 “사드 문제에 이미 수차례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문답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았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질문은 충분히 받았다”며 제지했지만 대답을 이어갔다. ‘한중 양자회담에서 사드를 논의했나’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는 “어느 나라 기자인가”라고 되물은 뒤 (일본 기자라고 답하자) “왜 일본 사람이 사드를 물어보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반면 현역 의원인 기시다 외상은 청사에 들어서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굿모닝’이라는 인사에 미소로 답했을 뿐 ‘오늘 회담의 주제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영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라졌다. 비외교관 출신으로 외국어에 약한 데다 민감한 현안에 대해 말하기가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는 외교부 청사를 나설 때도 기자들의 일본어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고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일본 기자들을 상대로만 짧게 약식 기자회견을 했을 뿐이다. 이때도 질문은 받지 않았다고 한다.

기시다 외상은 자신의 출신 지역인 히로시마산(産) 나무 주걱에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로고를 새겨와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선물했다. 22일 오전에는 서울 중구 을지로1가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히로시마 전통 일본빵집을 찾기도 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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