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재산 0원? 집 지으려 맹지 매입?… 의문만 증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완구 총리 후보자 청문회]
각종 의혹 명쾌한 해명없이 끝나

다급한듯 “자료 달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받다가 다급한 듯 국무총리실 직원들에게 자료를 달라며 손짓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다급한듯 “자료 달라”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1일 국회에서 이틀째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문을 받다가 다급한 듯 국무총리실 직원들에게 자료를 달라며 손짓을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청문회에서 밝히겠다”고 말해 왔다. 하지만 10, 11일 이틀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는 이 후보자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정치권 안팎에선 제기된 의혹들이 명쾌하게 해명되기보다는 도리어 의문이 증폭됐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언론 압박’ 녹음 파일이 공개되면서 ‘함량 미달’이라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 장·차남 모두 예금 잔액은 1000만 원대

이 후보자는 당초 공개를 거부했던 차남(34)의 재산 내용을 11일 청문회에서 공개했다. 이 후보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1-37번지, 1-71번지) 땅 20억 원 외에 예금 1300만 원, 부채 5500만 원”이라고 밝혔다. 차남은 미국계 법률회사에서 3년여간 근무하며 월 200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았고, 현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고액 소득자인데도 땅 외엔 현금 재산이 미미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후보자가 ‘0원’으로 신고한 장남의 재산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장남이) 미국에서 이번에 교수 임용이 된 것 같다. 재산을 보니 은행 잔액이 1만1000달러인가였다. 우리나라 재산신고(규정)에 보면 1000만 원이 안 되면 신고를 안 하게 돼 있다. 장남은 재산이 없다. 그래서 빠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장남은 결혼을 해 8세, 3세 두 자녀를 두고 있어 재산이 1000만 원 남짓인 것은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 ‘땅 부자’ 동료 의원 소개로 땅 매입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가 2000년 당시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땅 부자’ 의원의 소개로 지금은 차남 소유가 된 대장동 땅을 매입하는 데 관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땅 광고 팸플릿을 들어 보이며 “남서울(컨트리클럽)에서 운동(골프)을 하고, 고인이 되셨습니다만 이정일 당시 재경위원이 팸플릿을 줬다. 주시면서 ‘이런 게 있는데’(라며) 같은 재경위원이니 ‘이 의원, 한번 운동하고 거기나 가보세’ 해서 (땅에) 가본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권유로 장인은 대장동 1-37번지 648m²를, 지인 강희철 씨(67)는 1-71번지 589m²를 샀다. 등기부등본상 이들이 땅을 산 2000년 6월 29일에 이 전 의원도 자녀 명의로 대장동 땅 두 곳을 매입했다. 이 후보자 가족과 같은 날 이 일대의 땅을 산 사람은 10여 명에 이른다.

장인과 강 씨가 산 땅은 배우자를 거쳐 2011년 차남에게 증여됐다. 당초 이 후보자는 장인이 전원주택 부지를 알아봐 달라고 해서 매입에 관여했고, 부동산 컨설팅 업체가 일괄 매매계약을 해 유력인사들과 매입 일자가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장인이 산 땅이 집을 짓기 부적합한 ‘맹지(盲地)’인 것도 그렇고 ‘땅 부자’ 의원의 권유로 샀다는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 더욱 커지는 병역 회피 의혹

이 후보자의 차남은 유학 시절 부상으로 병역을 면제받아 ‘병역 기피’ 의혹이 일자 지난달 29일 공개 검증을 받았다. 하지만 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 자신의 병역 기피 의혹이 증폭됐다.

이 후보자는 평발 변형을 불러오는 ‘부주상골’을 사유로 징병 신체검사에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고, 1976년 5월 입영해 이듬해 4월 복무만료(소집해제)했다. 당초 이 후보자는 “중학교 때 마라톤을 하다가 너무 심한 통증을 느껴 (아픈 부위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공개된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71년 서울 강동구 수도육군병원에서 ‘갑종(1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입영을 미뤘다가 행정고시 합격 후인 1975년 진정을 넣어 충남 홍성군 홍주국민학교에서 재검을 받았고, ‘3을종(4급·방위)’ 판정을 받았다. 이 후보자가 홍성군청에서 사무관으로 재직하던 때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사무관이) 그 조그만 시골에서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권력이냐”고 추궁했다. 이 후보자는 “40년 전 일이라 일일이 기억을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제 다리에 문제가 있어서 60이 되는 나이에도 같은 부위로 고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진성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 상태를 문제 삼는 게 아니라 과정이 정직한가, 적법한 절차를 통해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가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따지자 이 후보자는 “정확히 기억을 못하지만 나이 60 돼서 같은 부위에 X레이를 찍을 리가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이샘물 evey@donga.com·황성호·홍정수 기자
#이완구#후보자#청문회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