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李, 자진 사퇴해야”… 무사통과 자신하던 與 긴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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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후보자 10일 청문회]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10, 11일)를 앞두고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후보자 지명 직후엔 청문회 통과가 순항할 듯한 기류였지만 언론에 부적절한 ‘압력’ 논란을 촉발한 자신의 발언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지명 초기 차남 소유 땅 투기 의혹, 병역회피 의혹 등이 나올 때만 해도 ‘통과의례’ 아니냐며 느긋해하던 분위기도 급반전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8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별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채 대책 마련에 숙고하는 모습이었다. 총리에 오를 경우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이 후보자가 적절한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스스로의 감정조차 제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 ‘해명 자판기’에서 ‘비뚤어진 언론관 가진 후보자’로

이 후보자는 후보 지명 직전까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세월호 특별법, 공무원연금 개혁 등 굵직굵직한 이슈를 야당과의 협의를 통해 원만하게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야당도 이 후보자의 총리 지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역 국회의원이 지금까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 전례가 없었다는 점도 낙관론에 힘을 보탰다.

이 후보자는 각종 의혹에 대해 40여 년 전 자료까지 공개하는 등 치밀한 준비태세를 보여 준비된 총리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의혹 제기에 대해 즉각 해명자료를 내 ‘자판기’라는 별명도 생겼다.

하지만 언론의 검증 공세가 강화되자 이 후보자는 지난달 말 일부 기자와의 ‘번개 오찬’ 자리에서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해 (불리한 내용의 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관련 내용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 내용은 대부분 사실과 달라 ‘허풍’으로 드러나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 스스로도 해명자료에서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본의 아니게 실명이 거론된 분들이 곤란함을 겪은 데 대해 가슴 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이 후보자는 총리로서 자격이 없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 ‘차남 소유 땅, 타워팰리스 투기’ 의혹

10, 11일 열릴 예정인 인사청문회에서는 우선 이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을 놓고 집중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차남(34)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땅을 장인 장모가 최초 매입할 때 직접 관여했다. 후보자의 지인인 충청향우회 명예회장 강모 씨(67)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가 ‘앞으로 재벌들도 많이 들어오고 살기 좋아질 것’이라며 땅을 사라고 권유했다. 함께 현장으로 가서 땅을 직접 둘러보고 샀다”며 “이 후보자가 ‘동료 국회의원에게서 (땅) 정보를 얻었다. 동료 의원도 주변 땅을 샀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장인이 전원주택 부지를 알아봐 달라고 해서 당시 언론 보도를 보고 땅을 샀다”고 해명했지만 강 씨의 증언은 이 후보자의 해명과 배치된다.

이 후보자가 서울 강남구 타워팰리스 아파트를 사고파는 과정에서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 측은 2002년 11월 12억6868만 원에 아파트를 샀다가 1년 만인 2003년 11월 16억4000만 원에 매각한 이유로 “당시 매입 사실이 지역신문에 보도돼 지역구인 충남 청양군, 홍성군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아 2004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부담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거액의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등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시세차익은 1억959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 ‘병역 기피’ ‘황제 특강’ 논란까지

이 후보자는 징병신체검사에서 ‘부주상골’을 사유로 보충역 소집 판정을 받았다며 1964년, 1975년 당시 자신의 Ⅹ선 사진을 공개했다. 하지만 병무청이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이 후보자 병적기록표’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1971년 최초 신체검사 당시 모든 부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아 ‘갑종’(1급) 판결을 받았다. 중학생 때부터 평발이라는 이 후보자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 후보자의 차남(34)도 병역을 회피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차남은 서울대병원에서 공개 검증을 받기까지 했다.

8일 진 의원은 이 후보자의 차남이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도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새로운 주장을 내놨다. 진 의원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차남이 미납한 건강보험료가 2400여만 원이라고 밝혔다. 차남이 자신의 해외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이 후보자와 형의 지역가구원 자격을 유지해 한국에서 진료를 받으면서 공단부담금을 수급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9일 정확한 자료를 공단 측으로부터 받아 해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 후보자가 우송대 석좌교수 재직 시절 정규수업을 전혀 맡지 않으면서 총 6차례에 걸쳐 1시간짜리 특강을 하면서 급여 5986만4000원을 수령한 것을 두고 “시간당 1000만 원의 ‘황제특강’을 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1980년 6∼10월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파견돼 근무한 전력에 대해서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 측은 “국보위 내무분과에서 담당한 역할은 가장 하위직인 실무 행정요원이었고, 공직자로서 근무명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것”이라며 “행정요원은 의사결정을 할 위치가 아니었고, 소관 부처와의 문서 수발, 연락 업무를 담당했다”고 해명했다.

강경석 coolup@donga.com·황성호·이샘물 기자
#이완구#이완구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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