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숨 쉬며 뒷짐 진 김기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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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 문건’ 파문/수사 본격화]“유령과 싸우는것 같다” 與에 도움 요청
여당선 “초기대응 잘못해 문제 키워” 싸늘



입 꾹 다문 金실장 이른바 ‘비선 실세’ 정윤회 씨 문건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잔뜩 굳은 표정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3차 회의 오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입 꾹 다문 金실장 이른바 ‘비선 실세’ 정윤회 씨 문건 유출과 관련해 청와대가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잔뜩 굳은 표정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3차 회의 오찬장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령과 싸우는 것 같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최근 ‘비선(秘線) 실세’ 논란의 당사자인 정윤회 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과 관련해 이 같은 심경을 토로한 것으로 2일 전해졌다.

김 실장은 최근 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과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작성한 문건 내용을) 보고받은 것은 사실”이라며 전후 사정을 설명한 뒤 곤혹스러워했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보고된) 내용을 보면 사실 확인이 안 돼 있고, 증거도 없었다”며 “(내 선에서) 묵살했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결국 이 문건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김 실장은 자신이 보고받은 내용이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사설 정보지)’ 수준에 불과해 내용에 가치가 없어 묵살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며 “보고 내용에 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과 이 분위기에 편승해 청와대를 흔들고 있는 보이지 않는 세력 등을 ‘유령’에 빗대 표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이 의원에게 “답답하다. 당에서 도와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김 실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방과 관련해 “모른다”고 언급해 ‘7시간 행적’에 관한 의혹 제기의 단초를 제공하더니 이번에는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의원은 “청와대 내부 문건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가 유출된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밝혀지자 부랴부랴 어떻게 유출됐는지 확인해 달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모습을 보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정윤회 문건#김기춘#비선 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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