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단축으로 90% 현역 입대…폭력성향 ‘관심병사’ 갈수록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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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문화 확 뜯어고치자]<上> 가혹행위 악순환 왜
병력자원 질적 저하도 원인

구타와 가혹행위 등 병영 내 폭력사태의 주된 원인의 하나인 병력자원의 질적 저하 문제를 간과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정치권에서 표심(票心)을 의식해 충분한 대책 없이 군 복무기간 단축을 강행해 만성적인 병력 부족 현상을 초래했고, 이로 인해 문제 병사들이 군에 대거 유입돼 화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10일 “과거에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을 선별했지만 지금은 병력자원이 부족해 징병검사 대상자의 90% 이상이 현역으로 입대한다”고 말했다. 예전 같으면 현역 징집 대상에서 제외될 사람들까지 군에 들어와 사건 사고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육군에 따르면 지난해 현역 입영자 32만2000여 명 가운데 심리이상자는 2만6000여 명, 입대 전 범법자는 524명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군에 들어온 병사 가운데 상당수는 ‘관심병사’로 분류되지만 적절하고 체계적인 관리가 힘든 실정이다. 육군에 따르면 관심병사 비율은 전체 병력의 23.1%에 이른다. 군이 지난해 전군 장병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고예측 판별 검사에서 8%에 해당하는 5만 명이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위험군(群)’과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군 관계자는 “관심병사가 예상보다 많아 사고를 막아야 하는 지휘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6월 육군 22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을 비롯해 폭력 등 병영 내 각종 사건 사고에 관심병사가 연루된 사례가 많았다.

아울러 폭력성향 등 정서적 심리적 결격 사유가 있는 사람들을 걸러낼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전국 각 지방병무청에서 활동 중인 임상심리사는 27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 한 해 1차 인성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온 5만4450여 명을 상담했다. 1인당 하루 10명꼴로 연간 2000여 명을 검사한 셈이다.

2005년 경기 연천군 GOP 총기난사 사건 이후 도입된 심리상담사는 현재 2000∼3000명 규모의 연대당 1명꼴로 배치돼 있다. 그나마 지난해까지 1개 사단에서 1명씩 운영되다가 올해부터 늘어난 것이지만 형식적 배치에 그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군에선 심리학이나 정신건강의학과를 전공한 전문인력을 원하지만 보수가 적고 오지 근무가 많아 자원자가 드물다. 결국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예비역들이 심리상담사의 주류를 이룬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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