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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단독]RO “민혁당처럼 당하지 말자”… 당시 檢공소장으로 ‘학습’

입력 2013-09-04 03:00업데이트 2013-09-0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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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체포동의안 표결 임박]
■ 새벽에 은밀하게 팀별 학습모임
비어있는 이석기 의원 자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보도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를 논의하기 위한 ‘방송공정성 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불참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자리에는 서류만 올려져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총책으로 활동 중인 RO는 조직원들 학습 자료로 1998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수사 당시 검찰의 공소장을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3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이 의원 등 상당수가 민혁당 잔당 세력인 RO는 공소장에 정리된 민혁당의 이념과 목표를 고스란히 조직원들의 이념 교육에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RO는 ‘언제든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학습 자료는 문서화하지 않고 구두로 전달하고 암기하게 했다. 하지만 공소장은 검찰에 발각돼도 이적성 시비를 피해갈 수 있는 자료였기 때문에 RO 조직원들이 유일하게 직접 종이로 볼 수 있는 학습 자료였다.

공소장에는 민혁당의 연혁과 강령 당헌 투쟁목표 등이 잘 정리돼 있다. 특히 RO는 공소장을 통해 검찰이 민혁당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활동 내용과 증거자료 등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익혀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교육했다.

이를 바탕으로 RO는 민혁당보다 더 은밀하게 활동했고, 공안당국이 2010년 이후 내사에 들어간 뒤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RO는 팀별 학습모임을 주로 오전 1시 반 등 새벽에 진행했다. 국회로 진출한 RO 조직원의 지역 사무실이나 카페에서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RO의 공식 회합은 당일 통지가 원칙이었다. 내부 홈페이지나 휴대전화 메시지, 카카오톡, e메일 등으로 미리 알려주는 일은 절대 없었다. 직속 상부가 갑자기 “지금 바로 ○○ 앞으로 나와라”고 전화를 한 뒤 시간 차를 두고 한 명씩 차로 태워가는 식이었다. 조직원들은 상부의 연락을 받으면 모든 일정이나 일을 그만두고 회합에 참석해야 했다. 5월 12일 서울 마포구의 한 종교시설에서 열린 회합에서 이 의원이 “수많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긴급 방침이 떨어지면 다 제쳐 두고 일사불란하게 올 수 있는 동지들이 우리 동지들이다”라고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비밀성 때문에 공안당국이 RO 조직을 밝히는 데는 조직원인 A 씨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 RO는 민혁당처럼 자신의 위와 아래 인물이 누군지는 알 수 있어도 다른 라인이 누군지는 절대 알 수 없는 구도로 운영됐지만 A 씨는 상당히 오랜 기간 RO에서 활동해 대강의 윤곽을 그릴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은 민혁당 사건 때도 전향한 김영환 씨의 진술을 통해 문서로 남아 있지 않았던 강령과 당헌 등 민혁당의 실체를 밝힌 바 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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