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실무접촉 南男北女 수석대표… 천해성 vs 김성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9일 19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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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 北선 드문 ‘대남 女일꾼’… 옷차림 세련

9일 남북 실무접촉에 북측 수석대표로 나온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 부장(48)은 과거 남북회담에도 수차례 배석했던 친숙한 얼굴이다. 10회 이상 서울을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대남업무를 맡아 대표적인 '여성 대남 일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김성혜는 2006년 6·15 남북 당국 공동행사의 보장성원(안내요원)으로 활동했고, 2005년 서울과 평양에서 열린 제15, 16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 수행원으로 참가했다. 그는 당시 검은색 양복차림 일색인 북측 인사들 사이에서 새하얀 투피스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평양에서 진행된 만찬에서는 짙은 파란색의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남측 인사들과 담소하는 모습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우리 민족에는 여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다"며 따로 그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성혜는 이희호 여사가 2011년 12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조문을 위해 방북했을 때 이 여사를 영접했다. 지난해 2월에는 평양을 방문한 정명훈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일행의 영접과 환송을 맡았다. 이에 앞서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남측 특별수행원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았다. 김일성대 출신이라는 설이 나오지만 정확한 학력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여성을 실무접촉 수석대표로 보낸 것을 놓고 한 북한 전문가는 "여러 함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어렵게 재개된 남북 실무회담을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또 남한에서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정은 기자lightee@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千, 장관급 회담만 11차례 참여… 金과 구면

판문점 실무접촉에서 남측 수석대표는 통일부의 남북회담 베테랑인 천해성 통일정책실장(49)이 맡았다. 천 실장은 2006년 2급으로, 2011년 1급으로 승진했다. 통일부 내 대표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시 30회로 통일부에 입부했다. 그는 2009년부터 2년 5개월간 통일부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직후에는 상근회담 대표를 지냈다.

천 실장은 2000년 청와대 근무 당시 남북정상회담 실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으며 2006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를 북측과 협의하는 실무접촉에도 관여했다. 경제회담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남북 군사실무회담에도 참여한 바 있다.

장관급회담과 관련해서는 2000~2007년 21차례 가운데 절반이 넘는 11차례 회담에 직접 참여했다. 특히 천 실장이 참여한 15, 16차 장관급회담에 이번 실무접촉의 북측 수석대표인 김성혜 조평통 부장도 관여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구면인 셈이다.

당초 판문점 실무접촉의 남측 수석대표는 배광복 통일부 회담기획부장(국장급)이었으나 접촉을 하루 앞둔 8일 실장급(1급)으로 격상됐다. 배 부장도 남북회담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지만 대표의 격을 높이라는 청와대 지시로 급히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협상에 임하는 한국 정부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현장에서 곧바로 대처할 수 있는 권한을 크게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실무접촉은 2년 4개월 만의 남북 당국 간 만남인 만큼 돌발상황이 적지 않고 현장 지휘관이 판단을 내려야 할 요소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왔다. 통일부는 수석대표의 갑작스러운 교체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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