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6자회담 재개를” 北“中건의 수용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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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까

북한이 특사 카드를 활용해 경색된 한반도 정세를 대화 분위기로 전환하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북한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방중 이틀째인 23일 강한 대화 의지를 밝히고 첨단 산업단지를 둘러보는 등 온건한 행보를 이어갔다. 전날 군 인사를 대거 대동하고 군복 차림으로 방문길에 나선 것 때문에 나왔던 ‘군사 관련 의제에 집중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낼 것’이라는 관측과는 동떨어진 행보다.

특히 이날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북한의 일방적 거부로 2008년 12월 중단된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를 촉구하자 최룡해는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유관 각국과 대화를 원한다”고 화답한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의 이런 태도 변화가 북핵 6자회담의 재가동으로 연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과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원하는 ‘유관 각국과의 대화’는 6자회담이 아닌, 결국 북-미 양자 대화 아니겠느냐”는 비관적 관측도 나온다.

○ “비핵화 회담은 않겠다”던 북, 어떤 대화 원하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09년 7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조선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아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수차례 회담 파탄의 책임을 한미 양국에 돌리며 복귀를 거부했다.

올해 들어 위협은 더욱 노골화됐다. 1월 23일 북한 외무성은 “앞으로 조선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는 있어도 비핵화를 논의하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핵보유국으로서 군축회담은 가능해도 북한의 핵 포기 협상인 6자회담은 할 수 없다는 선언이었다. 이후 북한은 3차 핵실험을 단행했고 △정전협정 무효화 △남북 직통선 차단 △남북 불가침 선언 무시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일련의 위기 고조 조치들을 잇달아 시행했다. 4월 초에는 6자회담 이행 사항으로 불능화 조치가 이뤄졌던 영변 5MW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최룡해의 ‘대화’ 발언은 이런 북한의 기존 행동과는 전혀 흐름을 달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김정은 제1비서의 최측근이자 군부 최고위 인사라는 점에서 그 발언의 무게감을 가볍게 여길 수도 없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강경 일변도로 치달았던 관성 탓에 북한이 곧바로 6자회담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한국 정부 내에서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 방북했다 성과 없이 돌아온)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일본 내각관방 참여(총리자문역)가 북한에서 하고 온 것도 대화는 대화였다”며 “단순히 대화를 한다는 것과 비핵화 협상은 다르다”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수년째 중단된 6자회담 대신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이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특히 다음 달 미중, 한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예정돼 있어 4개국 간의 릴레이 대화는 가능한 상태다.

○ 북, 일본과 관계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해와

이날 최룡해의 발언을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도한 것은 중국도 그 의미를 비중 있게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병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영향력이 크지만 북한이 원하는 모든 걸 줄 수 있는 나라는 아니다”라며 “북-중 양측은 최대한 논의 결과가 미중, 한중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심도 있는 논의 모습을 연출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도 과거와 달리 특사단 방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여론을 집중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은 23일자 1면에 특사단의 평양 출발과 중국 베이징 도착,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면담 등 관련 기사를 3건이나 사진과 함께 실었다. 지난해 8월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조(북)-중 공동지도위원회 대표단장’ 자격으로 방중했을 때 4면에서 단신으로 처리한 것과 대비된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서부터 해빙의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1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특사인 이지마 참여의 방북을 승인한 데 이어 북한은 후속 북-일 회담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르면 24일 북-일 양자접촉이 이뤄진다는 소식에 따라 23일 취재진을 몽골로 급파했다.

문제는 남북관계다. 현재 남북관계는 어디서 손대야 할지를 알 수 없을 만큼 꽉 막힌 상태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22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에 “6·15공동선언 발표 13주년 기념 공동 통일행사를 개성이나 금강산에서 열자”고 제의하는 팩스를 보냈다. 남남 분열, 민관(民官) 갈등 유발이라는 북한 특유의 전술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민간대화 물꼬부터 트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달 초부터 동해안 일대에 배치했던 무수단 중거리 미사일을 비롯해 노동과 스커드 미사일을 모두 철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또한 대화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숭호·이정은 기자 shcho@donga.com
#한반도#6자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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